방명록


무엇이든 쓰셔도 됩니다. 헤비메탈 밴드 음양좌의 팬입니다.



무제 1507

1. 친구 하나가 취업이 되질 않아서 공장에 들어갔는데, 어제 술자리에서 내게 신세 한탄을 했다. 자꾸 나와 비교하며 자격지심 섞인 목소리를 토해내다 싸움까지 가려는 것을 다른 친구가 말렸다. 어디서 들은 것이 있는지 공장 노가다를 하면 일단 바닥 인생으로 보는 것만 같은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예컨대 노가다 일을 하는 나는, 현장에서 근로자에게 꼬박꼬박 선생님이라 부르며 대한다. 현장 일은 나 같은 샌님보다는 경험 있는 근로자들이 더 잘 아는 법이다. 때문에 내가 '근로자'를 대하는 것과 외부에서 일반적으로 '일용직 노가다'를 대하는 인식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노가다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일본어와 속어가 많은데, 이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순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근로자의 수를 지칭하는 말을 '대가리'라고 한다. 이것을 최소한 내가 있는 현장에서는 '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나보다 나이 어린 관리자들이 이런 말을 어디서 주워 듣고 함부로 사용하다 내게 욕을 먹은 친구들도 많았다.

 다른 이야기로 나도 예전에 두 군데의 공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친구의 소개로 일한 방직 공장이었다. 월드컵 특수로 붉은 악마 티셔츠 짝퉁을 찍어내는 공장이었다. 여기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용인에 위치한 방위산업체로 방독면을 제조하는 공장이었는데, 여기는 제법 힘이 들었다. 근무 시간이야 여느 공장이 다 그러하니 별로 힘들 것은 없었으나, 방독면 조립이 생각 외로 힘을 요구하고 특히 손이 무척 아프고 퉁퉁 부었었다. 그러나 주간 근무로 특별한 교대 없이 진행되며, 당시 기준으로도 급여가 상당했다. 반년 정도 일을 하면 정규직 채용이 되고 상여도 상당했기에 그곳에 자리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아쉽게도 복학 문제와 번역가가 되려고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고 있던 터라 그만두었지만, 만약 내가 지금의 일을 그만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곳에서 다시 일할 용의도 있다.

 공장 일을 20대, 30대 초반에 하다 보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회의감이 들 수가 있다. 그러다 보면 일을 하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채로 끝날 수가 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기보다 일을 함으로써 그 일로 내가 느끼는 즐거움은 굉장히 중요하다. 적성이 어쩌고 하며 감투 쓴 이들이 오만 지랄을 하며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부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일이라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한다면 인생을 버리고 있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현실과 타협하며 자연스럽게 포기해아 할 것들이 생긴다. 내 경우는 남는 시간에 취미로 번역을 하고 책이나 보자, 하며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 그것이 나쁘다고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가 나쁘고 노력은 하기 싫은 내 자업자득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대체 무에 부끄럽다는 것인지, 한심한 친구 같으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전문가 행세를 하며 집구석에서 밥만 축내는 버러지들도 많건만.



2. 새 현장, 새 부서, 새 환경이 된 지 2주 째다. 좀 특이한 사람이 있다. 나보다 몇 살 위의 여자로 성격도 좋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남의 말을 잘 듣질 않는다. 물어보고 대답을 하면 딴 데를 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 '아, 그래?' 하는 정도이다. 특별히 화가 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황당한 사람도 다 있나 싶었다. 아니, 물어보지를 말든가; 이제는 대충 파악을 하여 일부러 말을 거는 일은 없고, 말을 걸더라도 별로 깊은 생각을 가지지 않고 대답하게 되었다. 혹은 아예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금방 다른 화제로 돌아가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묻혀서 이내 본인이 무엇을 물었는지조차 까먹는 사람이었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런 유형의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다.

 참 희한한 사람도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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