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무엇이든 쓰셔도 됩니다. 헤비메탈 밴드 음양좌의 팬입니다.



소개팅

추석 전에 연락이 닿은 사람인데, 고작 문자 메시지였지만 그래도 예의 있는 모습에 퍽 좋은 인상을 받았다. 어른들이 관여한 탓에 자칫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는데. 그러다 막연히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지 않은 뉘앙스를 느껴서, 아무래도 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잊고 지내다가 두 달이나 지난 뒤 느닷없이 다시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먼저 만나자고 했고 그게 오늘이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디저트 가게에서 차 마시고 케이크 먹고 날이 좀 따뜻해져서 공원에서 이야기하고, 뭐 대충 그러다 헤어졌다.

같은 지역이고 또 잘 아는 곳이라 바래다주었으면 싶었지만 본인이 다니던 길이 더 빠르다면서 전철역 중간에서 내렸다. 아, 나도 그럼 그리로 가겠다, 하는 것도 왠지 치근덕대는 것 같아서 그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하루를 다 할애할 생각이었는데 조금 빠르기도 했기에…. 하지만, 이야기하면서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특별히 나도 아쉬울 것도 없었기에 스스로를 꾸며가며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사는 게 엄청 피곤하다는 것도 알 만한 나이이기도 하고. 그래서 비록 서로 나쁜 인상은 주지 않은 것 같았지만, 서로 맞지 않아서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는 사인으로 여겼다(또 멋대로). 약간 내가 적극성을 일부러 보이지 않은 점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좀 안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서로 문자메시지로 작별 인사를 하고 끝인가 싶었다.

그런데 거의 정확히 한 시간 후에 연락이 왔는데 내용이, 서로 대화 중에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요새 무슨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음악 좋아하니까 영화가 잘 맞을 것 같니 어쩌니 하며 같이 보러가자고 했다. 그러고 보면 이야기 중에 '솔직히 별로 마음이 없으신 줄 알았다.'고 물으니 '나도 조훈 씨가 그러신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긴,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내가 그렇게 별로였다면 먼저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을 꺼내진 않겠지. 자기 시간도 아까울 테고, 더구나 이미 한 번 봤던 영화라던데. 조금 지나치게 신중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말이나 행동이나.


아직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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