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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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成寺

 13일, 드디어 도성사(道成寺, 도조지)를 갔다. 와카야마 시에서 거의 두 시간 가량을 운전해서 갔다.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당일 일본 연휴에 일요일이라 차가 다소 밀렸다. 대개 일본에서 내가 하는 사적史跡 탐방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다 똑같은 도리이, 절간 등 비슷하게 생긴 건물에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의미가 깊었다. 그러나 이날은 나 역시, 멀리서 힘들게 온 것 치고는 결국은 똑같은 절간이구나 하며 주차비만 날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이날은 일본 여행 중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도성사는 기본적으로는 일반 절과는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규모가 특별히 큰 것도 아니고, 단순히 안친, 기요히메 전설만을 생각하고 가기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구 왼편에 위치한 별당으로 가면 입장료를 지불하고 내부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안에는 전설에 기초한 각종 유명 인사의 그림과 각종 전통극 DVD, 본존을 비롯한 여러 불상을 관람할 수 있다. 이것도 큰 메리트는 없지만, 타이밍이 잘 맞으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스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은 재수가 무척 좋았다.

 불상을 관람하며, 여차여차해서 알게 된 지식들로 각종 불상에 대하여 친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던 중에 한 스님이 들어오시더니 관광(람)객들에게 착석을 부탁하며 불상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은 굉장히 원론적으로, 여러 불상의 이름과 설명, 참배 방법 등이 전부였다. 대부분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예컨대 부동명왕이나 사천왕, 석가상, 천수관음 등이었고, 특별히 이 절과 연관한 가미나가희메(髪長姫)라는 상像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 잠시 후 옆 방에서 안친, 기요히메 전설에 대한 설명이 있음을 예고하였다.

 그 옆 방에는 안친, 기요히메와 연관한, 주로 기요히메에 대한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기괴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또한, 정면에는 안친과 기요히메의 상을 본존으로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촬영 금지). 잠시 후 또 다른 스님이 들어오셔서 이 전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 전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터라 그닥 재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스님은 앞의 스님과는 다르게 입담이 장난이 아니었다. 설명은 안친 기요히메의 이야기를 담은 도성사연기 에마키(道成寺緣起繪巻)라는 에마키(그림과 설명을 곁들인 두루마리)의 사본을 첨부하여 진행되었다. 원본은 국보로 다른 곳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오늘 벌써 7번째 설명으로 이제 슬슬 이야기 소재도 바닥나려 하는데요." 하며 설명은 시작되었다. 안친과 기요히메가 헤어질 때 와카(和歌)라는 시를 주고받았는데, "요즘 같으면 라인 한 번이면 끝날 텐데 말예요." 하거나, 기요히메가 대담하게 안친의 처소에 들어오는 대목에선, "앞에 남자 분, 참을 수 있겠습니까?" 하는 등, 스님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또 여기에는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좌중을 웃기며 즐겁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에마키의 해설은 일본 전국에서도 이 도성사에서만 행하고 있단다는데, 이날 나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싹 날아갔다. 많은 여행 중 가장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름 있는 절(혹은 신사)에 온 만큼 고슈인(御朱印)도 잊지 않고 받아 두었다.


저녁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와, 밤 11시쯤 와카야마 성을 찾았다. 비록 시간이 늦어 천수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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