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깡패 우두머리 이정재

 근현대 국사 흑막의 중요 인물이다. 본직이 깡패인지라 교과서 등에는 실리지 않지만, 드라마 '무풍지대', '야인시대' 혹은 영화 '대명' 등으로 흥미를 가지기 충분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알고 있다면 대한민국 근대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다소 사라질 것이다. 드라마는 다소 미화하는 구석이 있는데, 그는 역사에서 소위 말하는 '정치 깡패' 였으며 4.19 혁명 후 재판에서 갖은 비리로 사형을 언도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1917~1961)
 

 본래 일정 때 유명한 '주먹패의 황제' 김두한의 수하로 지금의 경희대학교인 신흥 대학에 들어가는 등, 머리도 매우 좋고 전국 씨름대회에서 여러 회 우승하여 황소 열 마리를 탔다는 둥 그 싸움 실력도 남달랐다. 일정 때 일제의 강제 징병을 피하고자 김두한이 만든 '반도의용정신대'라 하는 청년 단체에 참여하여, 주먹패 중 가장 고학력(당시 휘문고보)이라 서기를 맡음으로써 김두한과 인연을 갖게 된다. 이후 김두한의 추천으로 일본 경찰에 특채되어 김두한 패거리를 경찰 권력으로 옹호하였다.

 해방 후에도 계속 경찰을 도맡아 국제경찰에 입단 하려 했으나 정부의 방해로 무산되고, 친일 경찰을 숙청하려는 자신의 뜻을 관철 할 수 없게 되자 경찰직을 사퇴한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후 '삼양상사' 라는 상호로 비단 등의 광목을 파는 장사를 한다. 한국 전쟁때 미처 피난가지 못해 괴뢰군에게 과거 경찰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 때 김기홍이 북괴군으로 위장해 그를 구출해 낸 뒤 부산으로 피난 가게 된다. 이후 그들은 54년 김기홍이 떠나기 전까지 각별한 사이가 된다. 전쟁 후 그는 주먹세계에 들어간다. (드라마에선 다소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 미화되어 제안을 여러차례 거부한다) 53년 한국 전쟁 말기에 그는 고향인 이천 출신의 주먹과 그 외의 힘깨나 쓰는 주먹들을 규합해 '동대문 상인 연합회'를 결성하여 스스로 회장에 등극한다. 이때 동반했던 유명한 이천 출신 주먹으론 '임화수', '유지광' 등이 있다. 이 조직은 종래의 주먹 건달과는 그 규모와 목적을 달리함으로써 소위 낭만 주먹은 사라지게 된다. 동대문 상인의 세금을 과하게 걷거나 주먹의 전설 '시라소니'에게 린치를 가해 재기불능으로 만드는 등 그의 만행은 심해져 간다.

 여담으로 '시라소니 린치사건'은 한번 짚고 넘어가면 재밌을 듯 싶다. 본래 명동의 이화룡파에 거처하던 시라소니는 어딘가의 소속되길 싫어하는 소위 독고다이였다. 그 싸움 실력은 허무맹랑한 일화가 난무하지만 그 만큼 특출한 주먹이었음은 분명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다소 예의를 모르는 면이 있어, 전쟁 때 부산에서 인연을 맺은 이정재가 동대문 사단의 회장이 되자 자주 돈을 받으러 다녔다고 한다. (본래 그 목적은 북에서 내려온 이들의 생계비를 마련해 주고자 함이었지만, 드라마 '야인시대'에선 그가 거느리던 북파 유격대의 생계비를 마련코자 이정재를 찾아간 것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행위가 잦아지자 그들의 부하들은 앙심을 품고 40여명에게 소위 연장을 준비시켜 그를 습격한다. 이후 시라소니는 재기불능 상태가 되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는데, 여기에는 후에 이정재에게 앙심을 품고 별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김두한의 권유로 대통령 후보인 신익희의 경호를 맡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치는 않고 특히 후자의 경우는 드라마의 이야기인지라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아무튼 이후 이정재는 정치에 뜻을 두게 되어 정계에 손을 뻗친다. 당시 여당이던 자유당과 결탁한 그는, 동향 후배였던 경무대 경찰서장이자 대통령 직속 보좌관 (지금의 경호실장) 이던 곽영주의 비호 아래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주목할 만한 사건은 54년 사사오입 개헌 때 국회 방청객으로 들어와 난동을 부린 사건과 56년 대선 때 야당의 각종 집회 방해 및 테러 등이 있으며 자유당의 여러 부정선거의 행동 대장으로 활약했다. 가장 큰 사건은 57년에 있던 장충당공원에서의 정치 테러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그는 여당의 승리를 확신했으나 테러의 주요범이 이정재의 사돈인 유지광으로 지목되면서 결과적으로 이정재에게도 피해가 미쳐 그는 하향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폭력배와 더불어 경찰도 여당에 속해 있었기에, 그들의 손에 무참히 짓밟히는 망국의 징조에 진배없다. 어느 세상을 찾아봐도 경찰이 국회의원을 때리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57년에 있던 집회 이전에 이미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독재를(이 때에 이미 자유당의 이승만은 3대 째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보다 못해 그들이 직접 시위를 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직접 시위를 한 점, 그 의원들이 경찰의 손에 무참히 당한 점 모두 현재 민주주의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때에 경찰과 맞서는 데에 있어 무소속의 김두한 의원과 과거 그들의 부하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한다.

 자유당의 필두인 이기붕은 이미 부통령에 낙선한 경력이 있었는데, 이후 선거에서도 자신의 구역(서대문)에서의 결과가 불확실 해지자 그 구역을 이천으로 옮기게 된다. 그러나 이천은 이정재의 고향, 즉 그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의향으로 이미 표밭을 잘 닦은 곳이었다. 이기붕은 감찰부 차장인 이정재에게 선거 포기 압력을 넣었고 이를 거절한 이정재와의 불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자유당에서 경찰을 비롯한 온갖 압력을 넣자 이정재는 결국 포기하고 회장자리를 임화수에게 이임한 뒤 은퇴한다. 그러나 4.19 혁명 때 독재를 몰아내고자 온갖 데모를 벌이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고려대학생 무력제압) 그의 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커진다. 그는 검찰에 자진출두하나 석방되었으며 제 2공이 들어서면서 다시 체포되지만 형량이 가벼워 이후 풀려난다. 그러나 5.16 쿠데타 때에 박정희 정권에 의해 재차 체포되었다. 이 때는 이정재 뿐만이 아니라 동대문 사단 전체를 싸그리 옭아 넣음으로써 사실상의 동대문 사단은 없어지게 된다. 

 그를 비롯한 정치깡패들은 형벌의 일환으로 사진과 같이 가두시위와 같은 조리돌림을 당하게 되며 이후 혁명재판이 열리는데 궁지에 몰린 임화수가 유지광이 조직했던 '화랑동지회'의 범죄 및 그동안의 각종 비리를 이정재에게 뒤집어 씌움에 따라 결국 그는 사형에 처해진다. 이 때 사형을 언도받은 사람은 이정재를 비롯한 유지광(후에 무기징역으로 감면), 임화수, 곽영주, 최인규(전 내무부 장관으로 3.15 부정선거 총지휘), 신정식(일명 '돼지', 고려대학생 폭력진압 사건 행동대장) 등이 있다. 이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그의 나이는 겨우 44세였다. 당시 각종 신문보도는 다소 그를 옹호하는 내용이었으나 잘 읽어보면 반어법임을 알 수 있다. 스크랩 된 신문기사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그의 악행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지만, 주관적인 의견으론 그가 지시한 것들이 그 중 얼마나 될 지 의문이 간다. ('의심'의 수준은 아니다.)

 한국 현대사 독재 정권의 거대한 흑막인 이정재는, 비록 처음엔 의협심을 지닌 건달이었을지 모르나 결국 권력에 눈이 멀어, 그들의 손에 놀아간 개가 된 셈이다. 어찌 됐든 화랑동지회나 동대문 사단을 이끌 정도로 그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음은 틀림 없던 사실인 것 같다. 그 힘을 다른데 썼더라면...

 그의 삶을 흥미 위주가 아닌 사실 위주로 보고 싶다면 '남자의 꿈과 야망'이라는 주제의 야인시대나 무풍지대보다는 순수 정치 드라마인 '제1공화국', '제2공화국'을 추천한다. 물론 구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덧글

  • 그냥저냥 2010/10/21 14:36 # 삭제 답글

    잘봤습니다.

    근현대사 깡패의 이야기들도 전부 보면 재밌겠군요.
  • 퀸엘리자베스성경 2010/10/21 16:15 # 삭제 답글

    "고려대학생 학살 사건"이란 표현은 수정해 주셨으면..... 1960년 4월 18일 당시 사망한 고대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_-
  • 조훈 2010/10/21 20:27 #

    고대생이세요? 제가 생각없이 경솔하게 표현을 골랐군요. 수정했습니다.
  • 퀸엘리자베스성경 2010/10/21 22:14 # 삭제

    아, 저 고대생은 아닙니다. -_-
  • 키린 2010/10/21 19:40 # 답글

    여담이지만 야인시대 요즘 보니까 정말 촌스럽더군요. 액션이 주를 이루는 1부는 거의 코미디 수준.
  • 초효 2010/10/21 19:43 # 답글

    후에 유지광은 형이 15년 형으로 감형되고 그나마 모범수로 5년 만에 풀려나 회고록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 ㅇㅇㅇ 2012/01/09 04:57 # 삭제 답글

    김두한과 이정재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여? ㅋㅋ
  • 조훈 2012/01/09 05:32 #

    흠, 글쎄요. 분명한건 둘 다 함께 맞붙어도 저한텐 안됩니다.
  • 2012/01/09 18:02 # 삭제

    이걸 웃어야되나..............
  • 조훈 2012/01/11 01:46 #

    ^_^;
  • 5.16 2012/07/21 20:10 # 삭제 답글

    5.16때 어떤 사람들은 유혈사태가 다분했다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정재같은 정치깡패만 처분했다고 하는데 어느게 맞나요?
  • 조훈 2012/07/21 20:51 #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제가 잘 모르겠어요 ^^;;
  • 역사의증인 2013/12/01 23:56 # 삭제 답글

    김두한vs이정재 순수 싸움실력으로는 당연히 김두한 압승이죠. 이정재가 김두한보다 큰 세력을 키운 비결은 교활한 처세술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니. 이정재 본인도 물론 한주먹했겠지만, 사실 이성순,김두한,이화룡,장경근 같은 넘사벽급은 되지 못합니다.
    그들이 낭만주먹의 시대를 끝낸 가장 주요한 이유라고 해두죠
  • ㅇㅅㅇ 2014/03/04 10:36 # 삭제 답글

    임화수는 경기도 여주 출신입니다. 이천어깨들을 모을려고 속인거죠
  • 정치깡페두목 2014/11/03 19:11 # 삭제 답글

    이정재형님 불쌍ㅠ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