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위주의 불쏘시개 수준인지라 역사관은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융통성 발휘를 부탁드립니다.
제1장 - 아베노 세이메이는 국가 전복을 노리고 있었다?
수수께끼에 싸인 세이메이의 탄생
사실 세이메이의 이름은 알지만 어떠한 일생을 보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아베노 세이메이의 성장 과정을 더듬어 보자. 자료를 찾아보면 이상하게도 세이메이의 출생년도가 명기돼 있는 것은 적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술(記述)이 ‘1)간코(寬弘) 2년(1005년) 85세로 사망’이다. 사망년도와 연령을 알 수 있으니 단순 뺄셈으로 출생년도를 계산해 보면 되지만, 어째서인지 출생년도에 관해서는 ‘2)엔기(延喜) 21년(921년)?’ 이런 식으로 물음표가 붙은 경우가 많다. 또한 사망년도만을 기록하고 출생년도는 기록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1005년에 85세로 사망했다면 역산해서 921년, 혹은 920년에 태어난 것이 틀림없을진대 어째서 명확히 기록하지 않은 것일까?
혹 세이메이가 가난한 농민의 자식이거나 고아였다면 그의 탄생에 관해 명확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점도 이해가 간다. 음양사로서 출세한 뒤에 “나는 올해로 85세다.”고 말하여 죽은 뒤 제자들이, 85세로 죽었겠거니 하고 기록을 남겼다고 치자. 그러나 과연 정말로 85세였을까? “요 몇 년간 쭉 ‘나는 85세’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아니, 나는 ‘내년에 90’이라 들었는데.” ……대강 이런 식으로 주위 사람들이 단언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이메이의 태생은 태어난 해가 애매할 만큼 가난하지 않았다.
무로마치 시대에 ‘존비문맥(尊卑文脈)’이라고 하는 것이 편찬되었다. 이것은 귀족 등 유서 깊은 가문의 일종의 족보로, 여기에는 3)아베가(安部家) 사람들도 남아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세이메이의 선조는
우대신(右大臣) 4)아베노 미우시(阿倍御主人) -> 중납언(中納言) 아베노 히로니와(阿倍広庭) -> 참의정사위하(参議正四位下) 아베노 시마마로(阿倍嶋麻呂) -> 아베노 누카무시(阿倍粳虫) -> 아베노 미치모리(阿倍道守) -> 참의좌중장(参議左中将) 아베노 아니오(阿倍兄雄) -> 아와지노가미(淡路守 : 담로수) 아베노 하루키(阿倍春材) -> 대선대부(大膳大夫) 아베노 마스키(安倍益木) -> 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
*역주 : 좌측 이름은 고대 율령제에 따른 관직명이며 우측의 ‘아베노 아무개’가 이름입니다. 원문에서는 ‘아베(阿倍, 安倍)’가 모두 생략된 채 이름만 표기돼 있습니다. 보기 편하게 하고자 임의로 ‘아베노’를 붙였으며 원문에는 관직명이 뒤에 쓰여져 있습니다. (ex: 미우시 우대신) 더불어 관직명과 아베 가문 인물에 대한 주석은, 본문에서 다루는 아베노 미우시를 제한 나머지는 글의 흐름을 위해 생략하였습니다.
이렇게 나와있다. 미우시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기록 이전에도 5)아베노 구라하시마로(阿倍倉梯麻呂)라는 이름의 좌대신(左大臣)도 배출한 상당한 명문가였다. 우대신, 좌대신은 정계에서 6)관백7)태정대신(関白太政大臣) 다음가는 위치이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선조가 두 명이나 있었다니 8)아베 신조(安倍晋三)도 놀라 자빠질 혈통이라 하겠다.
아베노 미우시는 우대신으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 유명한 ‘9)다케토리 이야기(竹取物語)’에 등장한다. 가구야 공주(かぐや姫)가 아름답게 성장한 후, 많은 젊은이가 찾아와 공주에게 구혼하지만 지구인이 아닌 공주는 받아들일 수 없어서 거절하는 대신 말도 안 되는 난제를 내걸었다. 미우시는 이 젊은이 중 한 명으로, 가구야 공주에게 “10)불 쥐의 털옷을 가져오면 결혼하겠다.”는 조건을 들은 인물이다. 불 쥐의 털옷은 불이 붙어도 타지 않는 옷인데, 미우시는 사람을 시켜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결국 손에 넣었다. 그러나 미우시가 내민 불 쥐의 털옷을 가구야 공주가 불에 갖다 대자 어이없이 타 없어졌다고 한다. 가구야 공주에게 구혼했던 자들은 그 시대의 유력자들로, 지위도 재력도, 또한 용모도 나무랄 데 없는 젊은이들이었다고 전해진다. 그중 한 명이 아베 가문의 선조였다는 것은 아베 가문이 명문가라는 방증이라 할 법하다. 그 아베 가문의 일원인 세이메이의 출생년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1) 헤이안 중기, 이치조(一条), 산조(三条)천황 때의 연호. 1004년 7월 20일~1012년 12월 25일
2) 헤이안 전기, 다이고(醍醐) 천황 때의 연호. 901년 7월 15일~923년 4월 11일
3) 참고로 과거에는 성과 이름 사이의 동격조사 ‘노(の)’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4) (?~703) 출생년도에 관해선 635년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것은 ‘구교부닌(公卿補任)’이라는 사료에 있는 ‘69세 사망’이라는 기록에서 역산한 것이다.
5) (?~649) 아스카 시대(飛鳥時代) 정치가로, 아베노 우치마로(阿倍内麻呂)라고 더 알려져 있는데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있는 ‘阿倍麻呂’, ‘阿倍倉梯麻呂’와 동일인물로 추측된다. 다이카 개신 때 좌대신에 임명됐다.
6) 원어로는 간파쿠(関白)이며 율령을 벗어나 있지만 헤이안 시대 이후 천황을 보좌하여 정무를 보는 최고 관직이다.
메이지 이전까지의 사실상의 실세(막부시대에는 무사의 통제권이 더 셌다)이며 ‘전하(殿下)’라고 불리웠다.
7) 원어로는 다이조다이진(太政大臣). 율령제에 따른 태정관(太政官, 사법·행정·입법을 관장하는 최고국가기관)의 수장.
8) 일본의 90대 총리로,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평판이 매우 좋지 않다. 나도 싫어한다.
이 대목에서 이 새끼양반이 언급된 이유는, 그 역시 혈통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9) 헤이안 초기에 만들어진 작자미상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物語). 일본어 표음문자인 가나로 쓰인 첫 작품이다.
‘다케토리’란 ‘대나무를 줍다’라는 뜻으로 대나무장수 할아버지가 등장하며, ‘가구야 공주(かぐや姫) 이야기’라고도 불린다.
10) 중국 이야기 속 상상의 동물. 화서(火鼠).
-계속
덧글
근데 생몰년이 애매하다니 음...
그나저나 아베 신조랑 세이메이랑 성이 같다니ㅋㅋ
설마 같은 집안 인가요???
세이메이의 계보는 이후 메이지 이전까지 쓰치미카도(土御門)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는데, 물론 직계혈통만이 있진 않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