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국 41화

 매맞는 황개; 41화는 적벽대전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이야기이다. 채중, 채화는 투항해오고 황개의 고육지계는 다들 아시다시피 전개되는데 황개가 주유에게 연기를 하기 전, 그러니까 주유에게 슬쩍 찾아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피력한 장면이 나오질 않아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렸다. 조조는 이러한 일련의 사실을 보고받는데, 역시나 이 장면에서도 본래의 경우처럼 감택이 고육지계임을 간파하여 목숨을 걸고 조조 진영을 찾는 장면이 빠져 아쉬움이 더했다. 그냥 동오의 듣보잡 사자가 찾아와 황개의 망명 소식을 전하는데, 이를 믿지 못한 조조는 사자를 죽여버리고 이어서 온 채중과 채화의 보고를 듣고서야 믿게 된다.

 사자는 무슨 죄로 죽었단 말인가.

 제갈량의 동남풍 소환 의식은 제법 그럴듯하게 연출했다. 그러나 이 칠성단의 높이가 심히 안습이다. 아파트 1층보다 낮은 곳에 올라 제례의식을 연출하니 아래에서 보면 본새가 살지 않는다. 39화에서도 아쉬웠던 점이지만, '화살 10만 개를 받으러 간 날'에 안개가 자욱할 것을 알고 날짜를 '사흘'로 줄인점, 제갈량이 이 날 동남풍이 불 것을 예견했던 점을 부연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역으로 생각하면 제갈량의 신비스러운 능력을 연출했다고 보일진 몰라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주유는 장수들로 하여금 적벽대전에 필요한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동남풍이 불 여부를 떠난 제갈량의 주살까지.
 
 제갈량을 구해주는 사람은 뜻밖에도 주유의 부인인 소교. 소교가 출전하는 주유를 따라오는 것부터 특이했는데, 지난번 장간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도 그렇고 이렇게나 신선하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 소교 덕분에 제갈량은 추격병들로부터 몸을 피하고 무사히 강어귀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 강어귀에 다다른 제갈량은 미리 일러둔 조자룡의 쾌속선을 타고 동오를 탈출하는데 성공하는데, 여기서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본래 주유는 유비를 살해할 목적으로 동오에 한 번 부르는데 이때 관우와 함께 온 유비가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거기서 제갈량과 조우한 유비는, 제갈량으로 하여금 '이 날 동남풍이 불고 이러저러한 일이 일어날 터이니 조자룡을 보내주시고 이러저러하게 해 달라'고 하는데 드라마에선 그 장면이 생략되었다. 뭐, 어떻게 해석하든 별 상관은 없는데 방통의 연환계가 빠진건 너무 아쉽다.

 화가난 주유는 소교를 쫓아낸다. 장부가 하는일, 특히 정치에 아녀자가 개입한 것도 잘못이고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주유 역시 잘못이지만 옹졸한 자존심을 내세워 스스로를 낮춰버린 꼴이 된 주유의 잘못이 더 크다면 크다고 하겠다. 42화는 대망의 적벽대전부터 화용도에서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조조까지. 조금전에 식당에서 보고 왔는데 심히 충격적이다. 이 드라마는 조조 버프가 너무 심한것 같다.


덧글

  • 잠꾸러기 2012/07/27 18:26 # 답글

    소설을 재해석한것은 신선한데 소설에서 인과성 있는 부분들을 많이 잘라 냈어요.

    작가 녀석 꿀밤 좀 맞아야 됨!!
  • 조훈 2012/07/27 19:09 #

    재해석은 좋은데 '삼국지 모르는 사람들도 왜 그런지' 알 수 있게끔 해 주었으면.
  • rock bogard 2012/07/27 18:54 # 답글

    1. 제갈량, 완전 도사로 나왔군요.
    2. 삼국지 10의 전쟁사 모드 - 적벽대전 편에서 조조로 감택이랑 설전하는데 불리한 시작지점 때문에 화났었던 기억이..... 분명 유리한 것은 조조였을텐데?!
  • 조훈 2012/07/27 19:10 #

    말씀듣고 생각난건데,

    신봉하지 않았을 따름이지 제갈량 정도면 도가 음양도 등에 관한 역법술에 대해 어느 정도 정통했을지도...
  • rock bogard 2012/07/27 19:15 #

    농사 짓고 살았으니까 천문, 역법 등을 공부했을 수도?!
  • 잠꾸러기 2012/07/27 20:48 #

    공명에 관련된 야사를 예전에 읽은적 있는데
    사마의(선배)와 동문수학했고
    스승의 비법을 착한(?) 공명이 전해받은것으로 나오더군요.

    그 비법이 음양오행 어쩌고... 뭐 그런거였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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