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의 수수께끼 - 요마의 계보 (제2장 - 4)

아래 내용은 동명의 서적을 번역한 것이며 내용에 관해서는 제 역사관과 일체의 연관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흥미위주의 불쏘시개 수준인지라 역사관은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융통성 발휘를 부탁드립니다.



‘마사쿠니 시절’부터 이미 뛰어난 음양사였다?

 다이라노 마사카도의 일화 중 유명한 것이 바로 효수된 머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교토 강변에 효수된 마사카도의 머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눈을 번뜩 뜨고 있었고, 어느 날 놀랍게도 울부짖기 시작했다고 한다. ‘1)헤이케 이야기(平家物語)’에는 가인(歌人) 도노 로쿠사콩(藤六左近)이 목을 향해 시를 읊자 죽은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큰 소리로 웃었다는 구절이 있다. ‘2)태평기(太平記)’에는 “내 몸은 어디에 있는가!”하는 소리가 밤마다 울려퍼져 도읍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다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마사카도의 목은 괴이한 빛을 발하며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독립 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관동지방에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 목이 떨어졌다고 전해지는 곳이 도쿄도(東京都) 3)지요다구(千代田区) 오오테마치(大手町)에 있는 ‘마사카도의 머리 무덤(平将門の首塚)’이다. 마사카도의 머리 무덤은 ‘4)데이토 이야기(帝都物語)’에도 이야기의 핵심으로 등장하여 도쿄를 수호하는 영적인 무대로서 오컬트 마니아에게 주목받는 신성한 장소이다.

 마사카도의 머리 무덤에는 기묘한 이야기가 몇 가지 존재한다. 관동대지진(1923년) 때에 5)대장성(大蔵省)이 모두 불타버려, 머리 무덤을 부수고 그 위에 가건물을 지었다. 그랬더니 대장성 내부나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원인불명의 병과 사고가 일어나 불과 2년 사이에 십여 명이 사망하고 관청내에서 다친 사람도 속출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다친 상처가 다리에 집중되자, 그것이 마사카도의 무덤을 발길질하였기에 생긴 ‘마사카도의 저주’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문이 커져버린 나머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의 소리가 높아져 업무에 지장마저 줄 정도가 되자 결국 가건물을 해체했다. 어떻게 해서든 소문과 사람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고자 쇼와(昭和) 2년(1927년)에 6)간다묘진(神田明神)의 신관에 의해 성대하게 마사카도의 위령제가 행해졌다. 이윽고 관청내에 있던 원인불명의 사고나 병이 사라졌고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평화를 되찾으면 당시의 공포를 잊고 마는 것은 인간의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몇 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안심했고 전화(戰禍)가 퍼져 위령제도 까맣게 잊혀진 채 또다시 머리 무덤은 방치되었다. 그러자 쇼와 15년(1940년) 태풍이 부는 6월 밤에 대장성 본청 건물에 벼락이 직격하여 청사(廳舍)는 순식간에 불타버렸다. 또다시 ‘마사카도의 저주’라는 소문이 퍼졌는데, 마침 그 해가 마사카도 사후 천 년째가 되던 해이기도 하여 급히 성대한 위령제가 열렸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GHQ(연합군 최고사령부)에 의해 머리 무덤이 있는 곳에 특정 건물이 들어서려 할 때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생겨나서 계획은 중지됐다. 그 후에 그 땅은 일본 장기신용은행(日本長期信用銀行)과 미츠이 생명보험(三井生命保険)에 매각되어 머리 무덤은 지요다구의 사적(史蹟)으로 지정되었다. ‘마사카도의 저주’처럼 표면화된 소문은 아직 없지만 미츠이 생명보험에서는 그 뒤 몇 십 년간 매월 정해진 날에 담당자가 간다묘진에 신주(新酒)를 계속해서 봉납하고 있는데, 이를 보건대 사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에는 머리 무덤 부지에 무언가를 하려는 계획조차 전혀 세우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다이라노 마사카도 만큼 기질이 강한 인물이라면 머리를 잘리고서도 여전히 웃거나 울부짖거나 또는 날아다니기도 했으리라 생각은 할 수 있으나, 당연히 이런 일화는 그 허구성이 짙다. 죽어도 차마 죽지 못할 만큼 원통했을 것이다, 관동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재기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는 등의 상상을 통해 완성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강변 근처에서 아버지의 머리를 보고 있던 그의 아들 마사쿠니, 다시 말해 아베노 세이메이가 있었다 치면 어떨까? 그 아들이 남몰래 주문을 외고 있었다면?

 마사쿠니가 세이메이라면 19세였던 당시에 음양사로서도 상당한 힘을 지녔을 것이다. 생명이 없는 머리를 자유자재로 조종하여 흡사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하여금 저 멀리 도쿄까지 머리를 날아가게 하는 것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마사카도의 머리는 세이메이의 주문에 의해 불길한 기운을 띤 채 움직여, 사람들에게 다이라노 마사카도라는 인물의 인상을 보다 강하게 남겼을 것이다. 물론 세이메이가 표출하고자 했던 대상은 조정이다. 본래 소심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집합이었기에 그 효과는 만점이었다.

 단 한명의 일족의 생존자였던 마사쿠니가 가장 먼저 행한 것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무참히 목이 잘린 아버지에게 전설을 부여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도읍에 사는 이들과 조정 사람들에게 다이라노 마사카도라는 인물의 인상을 보다 강렬하게 남겨 두려움에 떨게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참혹하게 죽은 것이 아닌, 죽어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무장 ‘다이라노 마사카도’를 음양도로 하여금 완성시킨 것이다.


1) 가마쿠라 때 만들어진 군기 문학으로 다이라(平)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렸다.
2) 일본 남북조 시대를 무대로 한, 전 40권의 군기 문학.
3) 도쿄도를 구성하는 23개의 특별구 중 하나로 간다묘진, 야스쿠니 신사,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등으로 유명하다.
4) 1985년에 발표한 소설가 아라마타 히로시(荒俣宏)의 데뷔작으로, 이를 소재로한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매체가 존재한다.
5) 메이지 유신 때부터 존재한 중앙 행정 기관으로, 2001년에 재무성(財務省)으로 변경했다. 국가 재정에 관한 일체를 맡는 관청이다.
6)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간다묘진을 모시는 신사. 간다묘진은 가정의 행복과 평화, 남녀의 인연을 맺어준다고 함.


-계속


덧글

  • 잠꾸러기 2012/07/30 07:35 # 답글

    그 잘린 머리가 신통하군요.
    게다가 세이메이가 죽은지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통력이 유지되다니....ㅎ

    한사람의 이야기가 신화처럼 전해지며 신통력이 부여되는걸 보니 한국에도 처용가가 있군요.ㅎㅎㅎ

    글 아래에 각주를 붙이는것은 번역능력 이상으로 배경지식이 없으면 못하겠습니다. 님은 능력자임ㅋㅋ

    6번째 각주가 가장 마음에 드는군요. 남녀의 인연이라.....ㅎㅎㅎ
  • 조훈 2012/07/30 12:10 #

    저 머리에 관해 여러가지 일화와, 또 저것을 소재로 한 갖은 괴담들이 존재하여 소설의 소재로 차용되고 있습니다.
    각주는... 아는게 나오면 좋다고 쓰지만 거의 일본웹에서 찾아서 하고 있어요.
    찾아도 나오지 않는 것들이 많아 정말 필요한 각주를 요새는 못달고 있습니다.

    간다묘진이 위치한 곳은 번화가이기도 하고 또 그런 이유도 있어서 늘 사람이 붐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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