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의 수수께끼 - 요마의 계보 (제6장 - 3)

아래 내용은 동명의 서적을 번역한 것이며 내용에 관해서는 제 역사관과 일체의 연관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흥미위주의 불쏘시개 수준인지라 역사관은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융통성 발휘를 부탁드립니다.




웃고 싶다면 실컷 웃으시길

 세이메이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자 터무니없는 앙갚음을 당한 일화가 ‘1)호조구대기(北条九代記)’에 등장한다. 당시 경신(庚申)날 밤에는 몸속에 벌레가, 사람이 자고 있는 사이에 하늘로 올라가 생명을 관장하는 신에게 그 사람의 행적을 보고한다고 믿어왔다. 악행을 보고하면 수명이 줄어들기에, 경신날 밤에는 하룻밤 내내 자지 않고 여럿이 모여 아침을 맞이하는 풍습이 있었다. 헤이안 시대 사람들은 어지간히 본인의 행위에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풍습이다. 하여 어느 경신날 밤에 지루해진 귀족들이 세이메이를 불러 ‘뭐라도 재미있는 것을 하여 우릴 좀 웃겨봐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깜빡 잠들지 않고자 흥이라도 돋울만한 기예라도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세이메이는 천천히 점대(점에 쓰는 막대)를 꺼내어 “부탁하셨으니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만 결코 후회는 마시길”하고 말하며 점대를 모두의 앞에 늘어놓았다. 점대란 역경에서 점술을 행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써 여섯 개로 이루어진 10센티 조금 안 되는 정방주(正方柱) 형체의 나무막대이다. 단순히 늘어놓는다 한들 결코 재미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점대가 늘어놓여진 그 순간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큰 소리로 껄껄 웃기 시작했다. 무엇이 우스운지 웃고 있는 본인들은 알 수 없음에도 어째서인지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그러다 곧 배가 아파져 호흡이 괴로울 정도가 되었다. 웃으면서도 어떻게든 “이제 그만 좀 봐주게나”하며 세이메이에게 호소하니 잠시 후 세이메이는 “웃는데도 질리신 모양이군요. 그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고 하며 점대를 정리했다. 그러자 무슨 짓을 해도 그치지 않던 웃음이 뚝하고 그쳤다. 일동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세이메이는 점대를 품속에 넣은 뒤 방을 뒤로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세이메이의 조용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경신날 밤이라 하여도 그렇지, 자신에게 ‘재미있는 것을 하여 우릴 좀 웃겨봐라’고 하다니 무례한데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나는 예능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일까. 화가 났다면 ‘저는 음양사이지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리는 사람이 아닙니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거절하면 지위가 높은 귀족들에게 건방지니 어쩌니 하며 반감을 사고 만다. 정중히 부탁을 들어주면서 찍소리 못하게 만든다. 자존심은 세지만 윗사람들에게 노여움을 사서는 곤란한, 그런 미묘한 입장인 세이메이 특유의 행동이다. 점대로 하여금 죽을 정도로 웃은 사람들은 ‘역시 무서운 놈이야’, ‘어쩐지 흥이 깨졌군. 어, 벌써 아침이네’하며 새벽을 맞이하였으리라.


1) 1. 가마쿠라 말기(1183~1332)에 만들어진 상, 하 두 권의 사서. 가마쿠라 시대에 있는 중요사건을 편년체로 기술했다. 작자미상.
    
2. 에도 시대 1675년에 만들어진 전기담. 호조 도키마사(北条時政) 집권 때부터 다카토키(高時)에 이르기까지 가마쿠라 시대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기술한 책.
        에도 시대 가나문자 작가인 아사이 료이(浅井了意)가 만들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이미지 : 고대 중국에서 계산 및 점술 도구로 사용된 점대(算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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