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다이라노 기요모리 - 다이켄몬인(待賢門院)

 본명은 후지와라노 다마코(藤原璋子). '璋子'는 '쇼시'라고도 읽는데 다마코로 읽고 있다.
 헤이안 말기 도바 천황의 정실인데, 드라마를 전제로 보면 이 인물은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헤이안 시대는 흡사 수렴첨정과 같이 천황의 힘이 매우 약해, 후지와라 가문이 섭정, 관백이라 하여 천황을 대신하여 정치를 하는 귀족들의 시대였는데 말기에는 그 귀족들의 힘이 약해져 천황의 힘이 다시 강해졌다. 그 절정에 달한 이가 바로 시라카와 천황이며 아들인 호리카와 천황에게 양위하고 상황이 되었을땐 극에 달한다. 이러한 양상 속에 당시 원정(院政)이라 하여 상황의 거처인 원(院)에 머무르며 대리청정을 하는 행위가 행해졌다. 이때 상황은 일본어로 '인(院)'이라 불리웠고 상황, 출가했을 경우 법황이라 불리웠다. 다마코는 바로 그 도바 천황의 아버지인 시라카와 법황이 데려온 처였다. 다이켄몬인(待賢門院)은 그녀가 중궁이 되었을때 붙는 명칭이다.
 
 그런데 이 다마코라는 인물은 사회성이 제로에 가깝고 몸도 마음도 늙을 대로 늙은 시라카와 법황에게 길들여져, 도바 천황은 그녀를 사랑하는 한편 몹시도 질투했다. 자신이 하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천황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본인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 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흡사 4차원적인 인물이라 해야할지. 특히나 버젓이 천황이 있는데도 시라카와 법황을 그리워하여, 도바 천황은 그녀를 시라카와 법황에게 가는 것을 윤허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분이 계실지는 몰라도, 바꿔 말하면 시라카와 법황은 도바 천황의 아버지이자 그녀에게는 시아버지인 셈이다. 그 시아버지와 동침하여 낳은 아이가 바로 강제 양위 당한 스토쿠 천황과 훗날 또 다른 권세를 누린 고시라카와 천황, 법황이다. 사실 내가 교과서에서 배울땐 그 둘 모두 도바 천황의 아들이라 배웠으며 이러한 설이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아마 이러한 설이 존재했고 드라마는 극중의 긴장감을 위해 그 설을 채택했다고 봄이 타당하리라.

 아무튼 다마코는 끝도 없이 남들을 상처입히고, 도바 천황은 시라카와 법황 사후에 상황이 되어 아버지 못지않은 권세로 하여금 원정을 행한다. 그러나 정실인 다마코에게 상처 입어 그 한을 측실인 나리코에게 푸는데 이 나리코라는 여자는 권력욕이 몹시도 강하여 다마코를 나락에 빠뜨리고자 한다. 다마코는 자신을 왜 미워하는지, 심지어는 미움받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나리코가 국모가 되고자 아들을 갈구하는데 잇따라 딸을 생산하고 그때마다 다마코는 출산 축하 선물을 보내온다. 그러나 나리코에겐 당연히 이것이 비아냥일 뿐인데 다마코 본인은 왜 역정을 내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이 본인 나름의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종국에 이르러 다마코는 무사와 정분이 나서 사랑이 무엇인지, 상식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상식을 알게 된 다마코는 그 무사, 사토 노리키요(본래 상황의 호위무사였으나 출가하여 유명한 승려이자 시인이 되는 훗날의 사이교. 이 역시 어느 정도 부풀림이 있는 모양)를 꺼려하고, 사랑을 알게 된 다마코는 자신의 자식들(현 천황과 친왕)을 험담하는 측실 나리코에게 달려들기까지 한다. 결국 늦게나마 자신이 무얼 잘못했고 어디서 원망을 샀는지 깨닫지만 측실 나리코의 모함으로 유배가 결정되고 스스로 출가한다. 그런데 고대 일본에서는 불교를 어떻게 여겼길래 기요모리도 그렇고 여러 법황들도 그렇고, 한다 하는 정치가들은 모두 출가하는 것일까? 

 본래 미디어 매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다소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재미있다. 단순히 표현상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든 드라마든 대개 일단 시작했으니 마지못해 다음편을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 내용이 궁금하여 후딱후딱 찾아볼 정도. 예를들면 타이라노 키요모리는 '무사로서는 최초로 정1품 태정대신이 되며 무사 정권의 기반을 세웠다' 정도로, 내가 헤이안 시대 역사의 개관을 알고 있는터라 '어떤 경위로 그리 되었는지' 호기심이 동하여 그런 모양이다. 삼국지도 그랬고 난 어느 정도 군담의 경향을 띤 이런걸 좋아하는 모양이지? 다만 현지 시청률은 낮으며 평가도 좋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사극 무대의 빈도수가 조선이나 고구려가 많은 반면 고려나, 특히 발해는 없다시피 한데 일본도 헤이안 시대는 많이 없다고 한다. 고대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빈도수가 많았던 조선이라 할 수 있는 전국시대를 무대로 하는 사극들은, 마찬가지로 빈도수도 잦고 인기도 많았다고 하더라. 같은 이유로 얼마전에 '오다 노부나가의 야망'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가 욕만 하고 지웠다. 이건 뭐야 씨발 

 여담으로 외래어 표기법 제대로 지키는 자막 제작자는 이번에 처음 봤다.


덧글

  • 시즈 2012/08/28 18:56 # 삭제 답글

    지나가다 난입하는 모양이 되어 조심스럽습니다만
    시라카와 천황의 아들은 호리카와 천황이고 손자가 도바 천황입니다. 시라카와 천황은 증손자인 스도쿠 천황때까지 원정을 행하며 권세를 누렸고, 호리카와 천황은 일찍 죽었기 때문에 도바 천황이 시라카와 천황 사후 원정을 하게 됩니다. 시라카와 상황의 스도쿠 천황 친부설을 따를 경우 도바 천황 감정도 이해가 가는게, 나이차이 많이 나는 동생이었으면 몰라도, 이건 삼촌이니 용서가 불가능할듯요. 도바 천황이 친부였다는 설을 따르는 경우 도바 천황이 사리분별할 때가 되자 할아버지가 폐위시키고 증손자를 즉위시킨 거라, 아들을 미워하게 되었다는 해석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고시라카와 천황도 도바 천황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전개인가 보지요? 갑자기 흥미가 생기네요.
  • 조훈 2012/08/28 19:03 #

    말씀 감사드립니다. 제가 호리카와 천황의 존재와 스도쿠 천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군요. 우선 '아들인 호리카와 천황'으로 수정했습니다.
    드라마 내에서는 끝까지 스도쿠 천황을 조카라 부르며(사실이 그러하다지만 아무래도 개족보라) 멸시하더군요.

    드라마 내에서 고시라카와 천황(현재 제가 보는 시점에서 친왕)은 기행을 일삼는 일종의 광인으로 등장하는데요. 기요모리와 대화중에 '내 몸에 네놈과 같은 시라카와 천황의 피가 흐른다'고 말하더군요(이 드라마에서 기요모리는 시라카와 상황과 유녀의 몸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표현). 도바 천황의 측실이 정실 앞에서 그 기행 등을 험담할때 정실인 다이켄몬인이 '내 아들을 욕한 것을 취소해라'고 말합니다.

    더 알려주실 것이 있으면 고견 부탁드립니다.
  • 2012/08/28 20:37 # 답글

    저도 지나가다 난입하는 모양새가 되어 조심스럽게 쓸께요.
    1. 璋은 료가 아니라 쇼로 읽힙니다.
    2. 사실 院 칭호는 선대의 사람들이 받습니다. 도바 천황이 스도쿠 천황에게 양위(1123년)하고 나서 다마코도 다이켄몬인이 되었습니다(1124년). 보시다시피 入內 때 장면에선 院 칭호가 아직 안 붙어 있는 거지요.

    아니 저 말고 또 보는 분들을 발견할 줄이야...ㅠㅠㅠ
    하도 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시보기는 구하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그냥 NHK 본방사수만 한 지 좀 됐습니다.ㅠㅠㅠ
    다마코 역 배우 단 레이는 실제론 남편의 외도로 힘든 모양인데 극중에선 외도를 하는 역할이라 참...다마코 나오는 내내 어딘지 찜찜하더라구요.
  • 조훈 2012/09/09 12:06 #

    얼씨구? 사전에서 보고 썼는데 료라고 썼네요. 고쳤습니다, 고맙습니다.
    2번 고견도 감사드립니다. 이로써 왜 다이켄몬'인'인지 알게 되었군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되는 것이었네요.

    저도 무슨 생각으로 이걸 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외국 드라마를 안보거든요.
    필요한게 있어서 우연히 보았다가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있답니다. 찾아보니 해당 배우분은 제법 인지도가 있었군요.

    이 글을 쓰는 지금 14화를 보고 있습니다.
  • 2014/02/17 22:46 # 삭제 답글

    다이켄몬인이 역시 주목 되더군요─단 레이라는 배우로서도. 아주 비극적인 인물인 것 같아서 관련 서적이 있나 찾아보고 있습니다만, 일본 역사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접하는 것이 처음이라도 해도 될 정도로 몰라서 헤매고 있습니다. 혹시 다이켄몬인에 대한 책 추천 받을 수 있을까요? 관련 소설도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무튼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 조훈 2014/02/18 08:13 #

    시라카와 천황 이후의 정평에 비해 후지와라노 쇼시에 대해서는 일단 문헌 자체가 몹시 적습니다.
    다만 이를 보좌한 뇨칸이 다름아닌 무라사키 시키부, 이즈미 시키부인 점에서 기인하여 관련한 사료 외적인 문학 작품은 굉장히 많습니다.
    알려진 것 또한 이러한 야사인 만큼, 대개 설화집이나 군담 소설에 간혹 일화로서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역서가 없고 초심자에게는 읽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그나마 접하기 쉬운 쪽이 와카인데, 종류가 워낙 많아 찾는 것도 일이지요. 반면에 또렷이 등장합니다.

    생각난 김에 다음에 집에 들르면 가진 설화집 일부에 등장했는데 찾아보아야겠네요. 소위 일본 고대 설화는 실제로는 막부 때 완성되어 헤이안 말기까지 수록하고 있답니다.
  • 푀나플루스 2014/02/25 04:36 # 삭제

    우선 답변 감사드리며, 일단 역서가 없는 점은 (저와 같이 일본어가 어설픈 사람에겐) 치명적입니다.^^
    와카로 접근하는 수도 있었네요. 큰 도움을 주셨는데, 제가 너무 부족하여 실례가 된 것도 같습니다.
    쏟아지던 눈과 비도 햇빛이 나면 사라진다 하였건만… ^^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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