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다이라노 기요모리 32화 백일간의 태정대신(太政大臣) 편

 다이라노 기요모리의 아버지인 다이라노 다다모리는 일본 역사상 무사 신분으로서는 최초로 당상관의 자리에, 그의 아들 기요모리는 조례에 참여가 가능한 조정 요직인 구교(公卿)에, 거기다 지금의 총리에 해당하는 태정대신(太政大臣)의 지위에 올랐다. 이는 벼락 출세가 아닌, 당시 무사를 천대하던 풍조를 타파하고 중간 과정을 모두 거친 것이며 자신을 방해하는 겐지를 몰아내고 후지와라 가문을 포섭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권세를 피로하였다. 그러나 태정대신이라는 자리는 벼슬 자체는 천황 다음으로 가장 높지만, 당시에는 좌대신이나 우대신만 못했으며 어차피 섭정, 관백이 정치를 행하는 구조였기에 사실상 이름뿐인 벼슬이다. 기요모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바, 내대신까지 오르고서도 아직 자신의 발언력이 약함을 느껴 태정대신이 되고 그의 아들들을 대거 요직에 앉히고 자신은 100일 만에 태정대신을 사임한다. 

 …라는 것이 32화의 내용인데, 내가 알기로 이후 헤이케(平) 가문은 고시라카와 상황을 폐하고 자신의 딸이 낳은 아들을 천황에 옹립하는 등 온갖 권세를 누리고 구교나 당상관에는 다이라 씨들이 즐비하는 영화를 누린다. 이후 기요모리는 '다이라(平) 씨가 아닌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고까지 말하며 현대에서 다이라노 기요모리가 폭군 비슷하게 그려지는 이유는 저 발언이 결정적이다. 이 드라마는 기요모리의 인간적이고 의리있는 긍정적인 면을 그리고 있으며 실제 기요모리 역시, 물론 결과로 보자면 권력을 독식했으나 알려진 역사와는 인간상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훗날 헤이케 가문이 겐지 가문에게 밀려나는 원인은, 흔히 헤이케 가문이 권력에 안주하여 무사로서의 힘을 잃어서라고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그들의 기반 자체가 기존 귀족들과의 타협에 그 근간을 두고 있는데 이것이 흔들리자 헤이케 가문 자체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32화는 '드디어!'라는 느낌을 받으며 거지같이 생활하던(?) 기요모리가 태정대신에 올랐다. 그리고 33화 예고를 보니 50세 축하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겨우 32화인데 벌써 태정대신에 오른다면 앞으로는 어떤 전개가 있을지. 고시라카와 상황과의 갈등을 제하면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부흥과 그에 따른 헤이케의 몰락을 그릴 것 같긴 한데… 기실 많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미나모토노 요시쓰네와 같은 영웅으로 하여금, 겐지 가문은 정의이며 헤이케 가문은 악역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잦다. 삼국지로 표현하자면 유비(겐지)와 조조(헤이케)와 비슷한 양상이며 이 드라마는 헤이케의 재조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어쩐지 기요모리의 몰락은 보고 싶지가 않다. 다만 동생과 자식들이 너무 많아(인간적으로 너무 많다;) 자체 분열도 예상이 되며, 반면에 겐지 가문은 유배중인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를 제하면 헤이지의 난때 모조리 숙청됐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요시쓰네에 대하여 알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마쿠라 막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이겨낸 세력은 헤이케 뿐만이 아니라 그 형제들도 숙청했다. 그런데 그 전에 '겐지도 은근히 개족보인데…' 하고 생각 했으나 그 대부분이 헤이지의 난때 죽어버렸다. 모종의 이유로 말년의 기요모리가 출가를 하는데 그 과정은 어찌 표현할런지도 기대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32화에서 태정대신에 오름은 다소 빠른 것 같다. 

 이미지의 좌측은 시라뵤시(白拍子) 기온노뇨고(祇園女御)이다. 중간에 고시라카와 상황과 타지에서 다른 이름으로 만나기에 '어어?'하는 느낌을 받았다가 그냥 닮거나 1인 2역인가 싶었는데… 연회에서 조정으로 복직(?)을 하여 기요모리와 모리쿠니가 놀라는 것을 보니 역시나 기온노뇨고가 맞았다. 비록 처음 등장은 시라카와 상황의 측실이지만, 목소리도 그렇지만 극중 성격도 인자하여 극중에서 나이대비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아닌가 한다. 기요모리가 아직 '기요모리'라는 이름을 받기도 전인 코흘리개 시절에 주사위 놀이 상대를 해 주었는데, 50이 다 된 기요모리와(그럼 기온노뇨고는 몇 살이지;) 다시 만나 주사위 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정말로 요 며칠간 거침없이 보았고 이제부터 본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몰입해서 본 해외 연속극 드라마(혹은 애니메이션까지 포함하더라도)는 정말 오랜만에, 아니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꼭 봐라, 두 번 봐라. 영상물을 좋아하지 않는 본인도 추천하는 바이다. '조정의 개 노릇을 하는 무사들이 출세하는 이야기' 정도로 주제를 요약할 수 있겠다. 여담으로, 따지고보면 삼국지도 그렇고 우리나라 사극 전반도 '내전의 역사'지만 일본이란 나라에서 내전이라 함은 일반 서민은 아무도 모르는데 귀족들만 조그마한 무대위에서 연극을 하는 느낌이 강하다. 어째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일본 헤이안 시대는 '전쟁'이라 칭할 만한 스케일의 전투가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덧글

  • 미야 2012/08/31 21:17 # 답글

    저는 기요모리에 비해 그 자손들이 너무 용렬했다고 봐요. 기요모리가 죽은 지 4년 만에 속절없이 망해버려서...본인은 대단한데 자손이 그에 따라가지 못해 망하는 경우는 400여년 후의 도요토미도 그랬지 않나 싶어요. 심지어 히데요시 본인이 다이라 씨를 자칭했던 적이 있다고 하니...미래를 내다봤을 리는 없지만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네요. 대학교 때 일본사시간에 기요모리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책에 '개객기' 라고 적어놓은 거 나중에 다시 보고 뿜은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 기요모리에 대한 평가를 내리라고 한다면 죽쒀서 개준분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네요 ㅠㅠ ㅋㅋ
  • 조훈 2012/08/31 22:01 #

    죽쒀 개줬다는 표현이 절묘하네요. 부자는 3대를 못간다더니 고대 정치가들, 군주들 대부분이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 기요모리의 행적은 정확히 알 도리가 없지만 패자가 됐으니 폭군이 되고...

    그나저나 예고편 편집을 낚시마냥 하고 있네요.
  • Diogenes 2012/09/01 10:09 # 삭제 답글

    '다이라씨가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것은 기요모리가 아니라 기요모리의 후처의 동생인 도키타다(平時忠, 타이라노토키타다)라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헤이케모노가타리'의 도키타다가 "이 일문(다이라씨)이 아닌 사람은 모두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이 변한 것이라네요.
  • 조훈 2012/09/01 12:46 #

    일부러 적지는 않았는데... 사실 누가 한 말인지까지는 몰랐으나 헤이케모노가타리에 나오는 말인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왜곡된 시선을 가지지 않기 위해 첨가하는 것이 나았을뻔 했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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