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국 50화

 50화는 장사성 전투인데 앞뒤 다 잘라먹고 바로 관우와 황충의 일대일 대결로 시작. 이 드라마는 전투신이 좀 아쉬운데 중화권 매체 특유의 과장된 표현은 흥미라는 의미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다. 물론 황충이 말 위를 날아다니며 회피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그런데 검풍을 주고 받을 때 어색함이라 해야할까? 전투신을 한 장면 한 장면 따로따로 연출하는 것이 너무 티가 난다. 거기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인물만 클로즈업 할때는 흔들림이 전혀 없어서 말이 아닌 다른 곳에 타고 있는 것도 티가 나고…. 아무튼 흔히 알고 있는 대로의 전개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지만 말이 부실하여 낙마한 황충을 관우는 '노인은 죽이지 않는다'며 봐준다. 일대일 전투로서는 1~50화 중 가장 긴 전투 장면으로 기억된다. 단순 전투신에 한해선 조자룡의 아두 구출전이 가장 길었다. 

 실제 역사로는 이 당시 황충이 그리 늙지는 않았다나? 
 
 장사성 태수 한현 본인은 자신의 말을 빌려주는 등 큰 신경을 쓰지 않으나 아랫물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운운 하며 이간질시킨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 이간질시키는 모사(뒷편 배우) 성우분이 노숙 성우, 다시 말해 짱구 아빠다. 만화 영화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 아빠가 간사해지는 목소리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그간은 성우 배역을 복수 운영할 때는 그냥 비슷하다 정도로 느꼈는데 이번엔 확실하다. 아무튼 한현은 황충에게 특유의 궁술로 관우를 작살내라고 언질을 하고,

 역시 익히 알려진 전개. 첫 발로 빈활을 튕겨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두 번째 활을 빗나가게 쏜다. 내가 읽은 책 등에서는 관우의 모자를 명중시켜 관우를 탄복케 하던데…. 아쉬웠던 점 하나는 황충의 심리묘사가 빠진 점인데, 상관의 명령을 따르고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관우를 향해 활을 쏘아야만 하는 황충의 고뇌를 집어넣었다면 더 좋았지 않을까 싶다. 듣보도 아니고 오호대장군이 될 재목이거늘. 사실 내가 관장마황조 중 조운과 주무기가 활이라황충을 좋아해서 그럴지도. 여담이지만 마초도 많이 아쉬운 재목이고 관우, 장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촉 진영에서는 사실 좀 싫어하는 축에 속하는데, 굳이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워낙에 팬층도 두터우니.   

 온 몸으로 '나 위연이오'하게 생기신 분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현은 황충이 관우와 내통했다는 죄를 물어 처형시키고 위연은 반란을 일으켜 황충을 구하고 한현을 죽인 뒤 유비에게 투항한다. 위연은 훗날 촉에 용맹한 장수이자, 유비가 주인공인 삼국지연의 이야기 전반에 지대한 키를 잡고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당연한 소리지만 그가 배신자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행보나 평가는 잠시 접어두고, 순전히 본인 주관이지만 그가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던 것은 사실 오롯이 제갈량에게 있지 않은가? 드라마에서 해당 대목은 빠져있지만 유비가 장판파에서 백성들과 도주 할 때도 위연은 유비를 도울 심산으로 주군을 배반했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배반을 한다. 그런점을 든다면 뾰족히 반박할 여지는 없으며,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제갈량은 익히 알려진 위연의 '반골상'에 관한 이야기는 빠지고 그의 행적을 들어 처형을 한다. 그러나 이후에는 어떠한가. 제갈량이 기존 장수를 우대하여 여러 공을 세웠음에도 그를 크게 중용하지 않았고 훗날 오호대장군이 모두 사라져갈 즈음에는 그의 성격으로 하여금 배반을 우려해 비위 맞춰주기에 급급한 감이 없잖아 있다.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어느 매체든, 유비가 제갈량을 만류하며 위연을 살려준 대목에서 뻘뻘대는 그를 보노라면 그만큼 불쌍한 장수도 없지 않나 싶다. 그런 대우를 받고도 공이란 공은 다 세우고….

 어찌됐든 제갈량은 유비의 만류로 '관우와 대결을 붙여 보았는데 그나마 쓸만은 하더라'며 위연에게 상금과 벼슬을 준다. 그리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황충을 회유코자 유비가 찾아가는데, 황충도 사람이었는지 자신을 띄워주는 유비의 입담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더라.  솔직한 말로 이때는 좀 코미디스러웠다. 아무튼 유비는 이렇게 하여 형주 일대를 평정하고 인재도 얻으며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 여담으로 위연의 반골상은 훗날 손권이 황제가 되고 나서 촉에서 온 축하 사신에게도 (손권이)슬쩍 언급하는데 기억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어떻게 소문이 난거야.

 이때 돌연히 유기의 부고… 가 아니라, 위독함을 전해 듣고 유비는 발을 돌리지만 몇 초만에 죽어있는 유기. 이 유기라는 인물도 실제 말로는 아주 비참했다는데. 물론 그냥 소설 내용으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이용만 당하는 인생이었지만 실제로 말년에는 아주 방탕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바가 있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이래저래 불쌍한 신세다. 유기의 상전에서 유비는 오열하는척고 이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형주의 패권인데 유기가 죽으면 형주를 돌려준다고 약조를 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유비는 약조했지만 제갈량은 '전 약조하지 않았습니다'고 한다. 48회에서 언급했는데 드라마에서는 소설과 달리, 노숙이 유기 사후에 형주를 돌려달라는 말에 제갈량이 절대 긍정하지 않았고 도리어 반박했었다. 따라서 이후 제갈량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후 동오에 관한 소식도 등장하지만 귀찮아서 보는둥 마는둥 했다.
공기 주제에 

 그런데 유기의 부고를 전하는 이가 다름아닌 손건인데 오랜만에 등장하여 왜 이리 반갑던지…. 다음회는 '유비를 동오로 유인할 계획을 세우는 주유'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이제 손부인이 등장하려나? 더불어 서천을 취하면 형주를 돌려준다는 약속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유비가 검술 연습을 하던데 오랜만에 보니 좀 우습기도;


덧글

  • 잠꾸러기 2012/09/09 08:07 # 답글

    황충을 노인네 취급하는 관우
    그런데 두사람 나이는 띠동갑 정도로 추정ㅋㅋ
    촉진영에 노인회를 만들면 회장은 황충, 부회장은 엄안ㅋㅋ
    소설이나 게임에서 황충은 항상 노인네 취급을 받으니 좀 억울할듯 싶네요. 비주얼은 항상 영감님...

    1대1 결투장면에서 액션이 나오는건 좋은데 편집을 좀더 매끄럽게 못한건 아쉽더군요.
    작품 자체가 무협보단 정통사극쪽이니 무술씬이 좀 약해도 상관은 없지만 말입니다.

    위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듯... 공명이 써먹을땐 계속 쓰면서 조운이나 강유보다 못한 대접을 했던건 참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었겠죠.ㅋ
    위연이 조조나 손씨에게 출사했어도 중용되지 못했을것 같기도 합니다. 위연이 반골상이라고 소문나서 면접(?)에 불리한 캐릭이라면 조씨진영의 수많은 장군들을 뚫긴 힘들듯... 손제리는 더더욱 면접을 중요시했던것 같구요.ㅋ

    유기는 평온한 시대였다면 팔자좋은 공자로서 살수 있었을텐데 요절한거 보면 안되보이기도 합니다.

    유비의 검술연습은 손부인 등장을 예비한 복선 같아요. 동안(?) 유비의 진면모를 볼수 있을겁니다.ㅋㅋㅋㅋ
  • 조훈 2012/09/09 17:34 #

    철지난 떡밥이지만 자오곡 계책이 그런 감이 있네요. 저런 위연이 그렇게까지 발언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격세지감이고.
    비록 그 계책은 사실무근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저는 어쩐지 위연이 좋게 다가옵니다.
    한 번쯤 자오곡 계책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는데...

    유기는.. 본인의 문제와 가족들의 핍박, 외부(유비세력)의 압력이 동시에 다가와 요절했을지도...
  • 이탈리아 종마 2012/09/09 18:41 # 답글

    사서에서는 위연이 제갈슨상의 뒷담화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걸로 미뤄보아 제갈슨상이 위연을 중용하기 꺼려한 것도 아주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제갈슨상님도 결국 '보통 사람'이었던 듯.
    그리고 자오곡은 좀 무리가 있는데 100km의 험한 산길을 별 피해 없이 주파하고 또 낙양성까지 두들겨야 한다는 작전이라...
  • 잠꾸러기 2012/09/12 13:30 #

    촉땅의 험준함과 장안으로 가는 길을 어떤 다큐 비슷한걸로 본적이 있는데 100km를 군장매고 출발하려면 별동대 전원이 철인3종 수준이 되어도 어렵겠더군요. 운좋게 피해없이 도착해도 파김치 상태일듯ㅋ
  • 조훈 2012/09/12 1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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