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국 90화

 90화가 시작하자마자 느닷없이 병석에 누워버린 제갈량. 병이 위중하니 진창성을 포함한, 그간 먹은 십여 개의 성을 포기하고 퇴각을 명한다. 이에 위연은 진창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발끈하나 소용이 없다. 그런데 제갈량이 왜 병을 얻었는고 하니, 아직은 피를 토할 시점은 아니고 전략을 위한 꾀병인데, 여기서 말하길 '장포 장군의 죽음으로 상심하여…'라는데 대체 장포는 또 언제 죽은 거야?;

아무튼 촉군은 한중까지 후퇴하며 그간 취한 성들을 몽땅 내줌에 위연의 짜증은 극에 달한다. 이에 제갈량은 속내를 털어놓고,

 진창성을 거저먹은 조진의 콧대는 높아만 가고, 사마의는 그런 조진을 더욱 추켜세워준다. 그런데 갑작스레 큰 비가 내리고 그 기간이 길어지자, 지대가 낮은 진창성의 식량에는 곰팡이가 피고 갑옷에는 녹이슬게 된다. 이때 촉군이 쳐들어오면 큰일이라고 간언하는 조상으로 하여금 조진은 잠시나마 걱정을 하지만, 황제에게 공을 인정받고 녹봉마저 올라서 기분이 좋아진 터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촉군은 쳐들어오고, 병장기가 녹슬고 특히 목재인 활은 썩어버려서 위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

 89화 마지막에 나오는 90화 예고편이다. 위 장면만 보면 마치 위연이 제갈량에게 반기를 드는 거사라도 꾸미는 양 표현되었지만, 사실은 그냥 비가 내리는 틈을 타서 진창으로 진군을 재촉하는 장면일 뿐이다. 그것도 제갈량의 명을 받고서. 이젠 외화마저 예고편으로 사람을 낚는다.

 조진은 촉군의 갑옷을 입고 퇴각하는 도중에 낙마하여 허리가 부러진다. 조상에게 자신을 죽이라 명하지만 조상은 그러지 못하고, 그러던 중 사마의가 원군을 이끌고 온다. 반가운 마음으로 사마의를 맞이하지만, 사마의의 표정은 그동안 조진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르고 말투 역시 비아냥 섞인 말투로 고생이 많았다며 그의 등을 '세게' 두드린다. 이미 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허리까지 부러진 터라 조진은 그마저 버티지 못하고 어이없이 죽고만다. 그렇게 조진은 죽고 사마의는 거기장군에 임명되어 제갈량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조진이 죽는 대목은 소설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어이없이' 죽는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소설속에서 조진은 기산에서 제갈량에게 당하고, 호기를 내세워 사마의에게 내기를 제안하다가 결국 사마의에게도 당하여 정말로 병을 앓게 된다. 그런데 조진이 병을 얻었는데도 장안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긴 제갈량은 '이는 중병이다'고 여겨, 조진이 미쳐 팔짝 뛸 만한 내용의 편지를 쓰는데, 이 편지를 읽은 조진은 분노와 치욕을 참지 못하고 그만 죽고만다.

 오늘 블로그 유입 검색어에 이상하게도 '기문팔괘진'이 많길래 내심 어제 삼국 방송분과 이 장면을 예상했다. 제갈량과 사마의의 첫 대면이고 삼국지연의 후반부에서 워낙에 유명한 대목이라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둘은 약간의 설전을 벌이다가 '진법'으로 첫 대결을 벌이자고 서로 제안한다. 무슨 원펀치 누가 먼저 때리냐고 간보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하지만, 삼국지연의 최고의 브레인들이 처음 만났으니 그들식의 일대일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사마의가 먼저 '혼원일기진'을 구사하여 병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인다. 이를 살피시던 제갈량께서 피식 웃으시더니 부채를 스윽 휘두르심에 병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니 이것이 '기문팔괘진'이다.

 제갈량이 "이 진법이 무엇인지 아시겠소?"하고 묻자 대답없이 90화는 끝나고 예고편에서 이 진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기문팔괘진'이란 말은 드라마 내에서 육손을 가두는 팔진도(팔괘진과는 다르다)의 대용으로 한 번 등장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삼국지가 무협처럼 변해버렸는데, 사실은 여기서 제갈량이 펼친 '기문팔괘진'이란 32화에서 서서에게 격파된 조인의 '팔괘진'을 이름만 살짝 바꾼 것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팔괘진'이라는 이름보다는 '팔문금쇄진'으로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조진의 팔괘진은 쉽게 박살이 났지만, 제갈량의 팔괘진은 사마의가 그 해법을 알고 있었음에도 도리어 당하고만다. 이것은 제갈량이 진법을 살짝 변형했기 때문인데,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이 '진법'이라는 것은 사용하는 이의 역량에 따라 그 위력이 다른 모양이다.

 물론 100% 연의의 허구이다. 참고로 '기문팔괘진'과 '혼원일기진'은 도교의 법사들이 사용하는 도술의 하나이며, 무협의 단골소재이다.


덧글

  • 잠꾸러기 2013/02/09 02:51 # 답글

    좀전 케이블방송으로 사마의가 조진의 등을 치는 장면을 봤는데 무협지의 철사장마냥 퍽~ 하더군요.ㅋㅋ

    사마의가 A급 장사가 아닐진데 등을 퍽~ 한번 쳤다고 조진이 죽다니 몸상태가 곧 죽기 전이었던걸 이런 식으로 표현한건지도 몰겠네요.
  • 조훈 2013/02/09 03:11 #

    낙마 후에 허리가 부러졌다고 하는데 그게 심했나봅니다. 꼭 그걸 생각지 않더라도 억눌렸던 사마의의 마음이 폭발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가 블랙코미디처럼 됐네요.

    소설처럼 공명의 편지에 죽는 것도 좋지만, 소설에서는 사마의와 조진이 딱히 사이가 나쁜 것처럼 나오지ㅇ않아서(사마의가 대인배처럼 나오고 조진은 나홀로 시기) 조금 더 인간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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