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국 95화 (최종화)

정주의 위엄. 최종화라 그런지 어제는 처음으로 방영 시간대에 네이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조예는 북벌을 성공적으로 사수한 사마의를 태위(태부)에 임명한다. 태위는 직위상으로는 높지만 일종의 명예직으로 권력을 가지진 못 하는데, 이것은 사마의를 경계하는 대사마 조상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조예는 '나이가 들어 병권을 맡기기는 힘들다'고 사마의에게 못을 박아둔다. 한편 조상은 그래도 안심이 되질 않아 죽이자고 건의하지만, '병권을 넘긴다'고 시험하는 조예에게 넘어가지 않은 사마의는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이때 조예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오늘내일하는 상황이었다. 본래 사마의는 이렇게까지 급하게(?) 좌천되지는 않았고 조상과 권력을 이분하여 다소의 갈등을 겪는 과정도 있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사마의가 완전히 배제된다. 따지고 보면 이쪽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소설속에서 조예는 제갈량이 죽자 심각하게 향락에 빠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초선 조ㅈ까. 복귀한 사마의는 정주와 부부의 연을 맺는… 씨바ㄹ…….

 조예가 죽고 조방이 황제로 등극한다. 조예가 조상에게 유언을 남기는 과정에서 정주가 사마의에게 심어둔 첩자였음이 드러나지만 직접적으로 첩자가 '정주'라고 언급되지는 않는다. 이후 사마 가문의 권력 독식 양상을 볼 때, 조방은 '삼국지연의'에서 위나라 마지막 황제라 하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본래 소설 등의 매체에서는 다음대의 황제인 조모(曹髦)가 난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묘사가 되어있지만, 이때는 이미 사마 가문의 천하였고 조방도 소극적이나마 개혁을 하려 했었다. 둘 모두 발각되었지마는.

 황제가 난을 일으킨다는 표현도 참 우스꽝스럽다.

정주가 사마의의 아이를 갖게 된다. 충격과 공포 1

이에 기뻐하는 사마의, 충격과 공포 2(?)

 그러나 정주는 난산으로 세상을 뜨고, 사마의는 충격으로 풍에 걸리고 만다. 참고로 95화 처음 부분에서, 귀성 중인 사마의와 사마소가 지난날 대장군이었던 하진의 폐저택에서 잠시 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주는 그 하진의 핏줄이라는 설정이다. 정주의 죽음을 알리는 하나의 복선은 아니었을지. 물론 정주라는 인물은 드라마 내의 오리지널 인물이지만, 과거 독살당하는 왕미인도 그랬고 하진의 핏줄은 미인이 많은 모양이다. 뭐, 큰 관심없이 대충 보는 이들은 '하진이 누구?'냐고 할지도 모르지마는(드라마 삼국은 동탁 독재부터 시작).

 그러나 사마의는 멀쩡했다. 이때 사마의의 장남인 사마사가 처음 등장하는데 사마소와는 달리 문관의 이미지인데다, 사마소는 이것이 사마의의 연기인 줄 알았으나 정작 장남인 사마사는 전혀 몰랐다. 아무래도 (드라마에서)전쟁에 오래간 함께했던 차남을 더 신뢰했던 모양이다(물론 누구에게도 꾀병이라 알리진 않았을 것이다). 놀란 사마사가 '위중하신 것이 아니셨습니까'하고 묻자, '나는 십수 년간 위중했다!'하며 일갈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마의의 명령을 선두에서 받는 장수는 북벌에서도 필두로 활약했고, 본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곽회와 손례이다. 사마의가 기성 장수들을 포섭해 놓은 것이 빛을 발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은 본래 조상이 황제 조방을 데리고 사냥을 나가자 궁궐을 장악하려는 사마의를 표현하는 것인데, 드라마에서는 보신을 위한 사마의의 꾀병을 정주의 죽음과 절묘하게 연계시켰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사냥을 나가지만 드라마에서는 청명절(清明节)을 맞아 황제와 함께 제를 지내러 나가는 것으로 표현된다. 물론 사람을 시켜 사마의가 꾀병인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장면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본상의 오류인지 그 심부름꾼(내시 수장?)이 조상에게 '전하'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

조상을 치는 명분을 만들고자 곽태후의 조서를 강제로 얻어낸다.
소설과는 달리 사마의는 노골적으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다.

 사마의는 조상을 제압할 때 맨발로 마차에서 걸어나오는데, 이것은 지난날 조조가 행했던 것과 똑같은 행위이다. 여기서 잠시 사마의는 조조를 회상하는데, 조조는 발에 흙을 털며 '왜 얼굴이나 손보다 발이 더 하얀지 알고 있나'고 묻자 모른다는 사마의에게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이것은 사마의의 첫 등장인 44화에서, 남군에서 허창으로 복귀하며 조조와 사마의가 해학적인 면모로 투닥거렸던 장면 일부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양한 생각을 낳게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조씨 측근들은 축출되고 사마씨의 천하가 된다.

 정주의 묘를 찾은 내시 수장과 사마의이다. 과거 조비의 명으로 정주를 사마의에게 데려온 사람이 바로 이 내시 수장인데, 그 앞에서 사마의는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다. 정주가 첩자였다는 것은 여기서 직접적으로 밝혀지며 사마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마의는 정주를 사랑했다고 한다. 내시 수장은 '당신이 사랑한 것은 공명대업 뿐이며, 정주는 도구였으니 당신이 제거했을 것이다'고 하고, 사마의는 정주가 난산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였음을 밝힌다. '사랑했다면서 일말의 감정도 없었냐'고 따지는 내시 수장의 물음에 다시 한번 '자신이 사랑한 것은 공명대업'이라고 긍정하며, 결국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만 하고서 사마의는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마차에 오른 사마의는 눈물을 흘린다.

 사마의는 곧 세상을 떠난다. 이때 안고 있던 아이는 사마염으로 훗날 삼국을 통일하고 진왕조를 세운 서진의 초대 황제이다. 눈을 감기 직전에 사마소가 와서 제갈각이 허창을 공격하고 있다고 알리지만, 노쇠한 사마의는 제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간략한 내레이션과 함께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결국 최후의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사마의가 되었고, 촉나라는 제갈량 사후, 오나라는 한~참 전(아마도 이릉대전 후;)부터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원작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로 볼 수 있지만, 이 마무리만 놓고 보면 상당히 맵시있게 끝마쳤다고 나는 평하고 싶다. 만약에 이 드라마가 '삼국'이 아니라 사마의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마무리로 보일 정도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끝이 났다. 본래 2010년에 중국에서 한 달 만에 폭풍처럼 방영한 드라마이지만, 나는 이번에 그 존재도 처음 안지라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다. 세심함은 굉장히 떨어질 수 있다. 장합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밑도끝도 없이 사라지는, 혹은 비중이 있었음에도 등장하지 않은 여러 장수와 문관들. 따지고 보면 셀 수도 없으나 당장 생각나는 사람만 해도 허저, 곽가, 정욱 이 셋은 자주 등장했음에도 마무리는 없더라. 특히 정욱은 무슨 이유인지 상당히 비중있게 나왔다. 빈도수만 따지면 순욱 저리가라. 당장 생각나는 인물들이 위나라 인물인 것은, 물론 어느 매체든 조조는 여러 해석을 거쳐 남다르게 표현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특히나 인간적인 모습과 위엄이 적절하게 믹스되어 큰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당시의 평을 보면 유비에 대한 해석 또한 인상적인데, 그간 눈물로 호소하는 유비와는 달리 단호한 면모를 자주 보여주었다. 또 제갈량의 찌질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장비에게 끊임없이 쪼임을 당하여 '아, 썅 못 해먹겠네!'하던 대목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그 대목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는 초한전기가 방영된다. 감독이 같은 탓인지 동일 배역도 많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여기서 유비가 진시황, 여포가 항우, 번쾌가 장비, 장량이 노숙, 우희가 정주(!)이다. 또한 역시 같은 감독인 탓인지는 몰라도, 초한전기 역시 삼국과 마찬가지로 하루 2편을 방영하는 위엄 넘치는 대륙의 기상(?)을 보여주었다. 몇 번 읽어보고 덮은 초한연의이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과거와 달리 중국 외화를 방영하는 것이 드물게 된지라 이참에 보려한다. 더불어 그냥 감상차원에서 늘 몇 자 적는 포스팅을 봐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덧글

  • 2013/02/14 09: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조훈 2013/02/14 17:55 #

    꼭 보세요. 편당 러닝타임이 길지도 않아 좋습니다. 마무리가 좀 쌩뚱맞아서 그렇지...
  • 2013/02/14 12:1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조훈 2013/02/14 17:56 #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봐 주셔서 감사드리며,

    건강하시고, 올 한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잠꾸러기 2013/02/14 18:55 # 답글

    드디어 신삼국도 마무리군요.ㅎ

    대하사극에서 애정라인이 들어가면 거의 주연급이라고 생각하는데 막판에 사마의도 당당히 한자리를....ㅋㅋ
  • 조훈 2013/02/15 00:55 #

    눈물마저 보이니 의외로 로맨티스트.
    ...는 무슨, 예끼 도둑놈.
  • 111 2013/02/16 12:32 # 삭제 답글

    감사
  • 조훈 2013/02/16 13:02 #

    ;;;
  • 뇌세척 2013/02/20 23:44 # 답글

    내시 두목과의 대화 끝에 보인 사마의의 눈물은 나름 찡하더군요.
    그렇다고 용서가 되는 건 아니지만(...)
  • 조훈 2013/02/21 01:10 #

    본격 로맨스 삼국지.
    ...우희를 살려내!
  • Yeong 2018/01/06 23:14 # 삭제 답글

    거 늙인이가 참 못쓰겠어... 젊은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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