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제끼니까 GOP가 꿀이라는 양반들은 동부전선에 처박아서 썩혀야 한다. 출신들이 들으면 화날지 몰라도 포반은 꿀일지도 모르지, 소총소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편한 건 사실이니까. 본부중대나 화기중대는 진짜로 꿀인 경우도 보았고. 하지만 영하 27도에서 후반야 7시간 넘게 나와 있어봐라, 그게 꿀인가. 하루하루가 혹한기에, 피부가 약한 이들은 손이 곱아서 손톱에 피까지 나더라. 추위는 차치해도 동부전선 섹터(철책동선) 꼬라지를 보면 절대 꿀이란 소리를 입에 못 담는다. 이 탓에 지금도 내 무릎은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한다. 세상에, 계단 오르면서 무릎이 가슴에 닿는 건 또 처음이더라. 소초 밀어주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다 못해 그냥 넘어가기 바쁘다. 또한, 발 한 번만 헛디뎌도 그대로 운지하며 실제로 죽은 사람도 꽤 된다. 게다가 눈이라도 내리면 황금마차가 문제가 아니라 부식이 못 올라와서 종류만 다른 김치 세 반찬을 먹거나 굶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 두 시간도 못 자고 눈 치우노라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또 통문에는 웬 장성들께서 GP순찰을 열심히 다니시던지, 가라도 피우기 힘들다. 물론 피워서도 안 되고.
가장 큰 악재는 페바나 일반 대대급 주둔지처럼 사람(민간인이 아님)을 볼 기회가 적어서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피폐해진다. 분대 단위로 생활하는데 근무 끝나면 다른 분대는 자고 있고, 우리 분대가 잘 땐 반대 상황이고, 다른 소대는 저 멀리 다른 소초에 가 있으니까. 그러나 이 점이야 타 GOP도 매한가지이니 이를 제외하면 역시 섹터다. 다른 곳이 마냥 편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해안 GOP나 강안 쪽에는 잘 걸리면 거진 평지니까 꿀 운운할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 동부전선 GOP섹터는 절대로 꿀 운운하며 비웃음의 대상이 될 곳도 아니거니와(난이도로 보나 중요도로 보나) 허벅지가 찢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생지옥이 따로 없다.
…는, 희한한 소릴 접한 강원도 화천 중부전선 15사단 38연대 GOP 땅개 출신의 푸념. 당연하지만 이 동네는 GOP뿐만 아니라 페바도 고되다. 대개 중간에 GOP를 올라가거나 반대로 내려오는 경우는 훈련의 수가 적기 마련인데, 복무 중에 북한의 도발이 잦아서 합참에서 수시로 검열이 나와, 기존에 잡힌 대대급 훈련 예정을 포함해 10개도 더 뛰었지 싶다. 군번마저 재수 없게 걸려서 혹한기도 두 번에 RCT도 두 번…. 다른 이야기로 우리 부대는 연예인으로는 장혁이 나왔었는데, 주변이 온통 3, 7, 27사단 등 미필자도 들어봤을법한 메이커 부대로 둘러싸인 반면에 우리 부대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부대명은 승리부대로, 듣기로는 한국전쟁 당시에 크게 활약한 모양이다.
대한민국 최전선 장병들 짱짱맨, 파이팅.
덧글
열악한 환경에 눈이 말도 못하게 오고 여름엔 오지게 덥고.. 무릎 나가는건 진짜 일도 아니니까요..
빨리 글.내.려.주.시.죠
군대 이야기 하다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얘기만 하면 뭔가 풀이 죽고.... 많이 힘들었나봐요 ㅋ....
다른 훈련 내용은 들어도 제가 모르니 그냥 아아 했는데 그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나네요. 춥고 덥고 힘들고..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양구보단 나으리.
전부 화천보다는 후방이지만 계절 조건은 강원도 자체가 별세계.
소총중대 통신병이면 999K라는 무거운 통신기를 메고서, 병사도 아니고 중대장이랑 같이 힘든 섹터(산)를 타야 합니다. /애도.
동부전선이 아무래도 산악지역이 서부전선보다 더 많고 경사도 힘할거예요...
저는 7사단 5연대였는데 ㅎㅎ 반갑습니다
1소초여서 15사단이랑 자주 연락하고 그랬었는데 ㅋㅋㅋ
1소초 ㅋㅋㅋㅋ
승리아저씨들이랑 자주봣죠
284 근무지엿나?에고
Gop가 꿀이다 훈련 안뛰니까 좋겠다?
라고 생각 한다면 그 사람에게 쌍욕을 하고 싶내요
이건 15사단 gop섹터를 타본 사람만이 알것입니다.
Gop가 꿀이다 훈련 안뛰니까 좋겠다?
라고 생각 한다면 그 사람에게 쌍욕을 하고 싶내요
이건 15사단 gop섹터를 타본 사람만이 알것입니다.
군번마저 같네요.
워낙 오래되서 정확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네요, 소초 번호도 외우고 다녔는데...
페바는 적근산대대 맞은편 대대를 썼습니다ㅋ 검문소를 저희가 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검문소 번호가 생각 안 나네요;
군필분들 장난치는거니까 무조건 지원하세요
솔직히 섹터도 한 몫하지만 무엇보다 작업 근무 잠의 무한 반복은 ..............
특히 겨울날 눈 내리는 날은 huh....
선배님들이 열심히 지켜주신 그 철책선, 지금 저희가 물려받아 열심히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를 믿고, 이제 선배님들은 푹 쉬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60일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ㅎ)
저희부대는 포반이 상황병+포대기까지 하느라 죽어났습니다.
재수없는날엔 주간상황스고 경계땜빵까지섰네요
포반 근무형태가 부대마다 많이 다르던데 재수없으면 진짜 지옥중의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