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 습유 이야기(宇治拾遺物語) - 제1권 5화 '随求陀羅尼額に籠むる法師の事'


경문을 이마에 박아 넣은 법사(法師)



 옛날 옛적 어느 수도승이 커다란 도끼를 등에 지고 소라고둥 나팔을 허리에 끼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과장스런 차림새를 하고 어떤 이를 찾아왔다. 1)사무라이 도코로(侍所) 장지문 안쪽에 자리한 작은 정원에 서 있자 어느 무사가,
 “그대는 누구신가.”
 하고 물었다.
 “저는 몇 해째 하쿠산(白山) 봉우리에서 수행을 해오던 자이온데, 이번에 요시노(吉野) 긴푸산(金峰山)에 올라, 2천일 동안 은둔 수행을 하려 합니다. 헌데 가진 것이 모두 동이 나 시주를 부탁드리려 이렇게 왔습니다.”
 하고 말하며 장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

 이 수도승을 살펴보니, 이마에서 미간 언저리에 2촌가량의 상처가 나 있었는데 그 색이 붉은 것이 아직 다 낫지 않아 보였다.
 “그 상처는 어찌 된 겝니까?”
 하고 묻자 수도승은 무척이나 엄숙한 목소리로,
 “이것은 수구다라니隨求陀羅尼라 하는 경문을 넣은 자국입니다.”
 이리 말하자 자리의 일동이 놀라며,
 “그거 놀랍구려. 손발이나 손가락을 자른 사람은 보았지만 이마에 경문을 넣은 이는 처음 보오.”

 이렇게 입을 모아 감탄했다. 그때 열 일고여덟 살쯤 되는 무사가 잽싸게 달려와,
 “웃기는 중놈일세. 수구다라니를 어떻게 처박아. 도성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 중놈은 그 사람의 이웃에 살던 2)주물사鑄物師의 마누라와 몇 번이나 정을 통했었어. 그러다 작년 여름에 밀회하다가 주물사 남편에게 들켜서, 부랴부랴 서쪽으로 도망치다가 결국 붙잡혀서 괭이로 이마를 얻어맞은 거야. 그때 내 지인도 본 거고.”
 그렇게 폭로하자 주변 일동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수도승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바로 그때 경문을 넣은 것이외다.”
 하고 뻔뻔스럽게 말하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그 순간에 얼른 도망쳤다고 한다.





1) 무가 시대 때 관청이나 수련소. 헤이안(平安) 시대 때에는 산중 수련소를 일컫기도 했다.
2) 쇠를 녹인 것을 틀 속에 넣어 주조하는 일을 하는 사람.




덧글

  • 3인칭관찰자 2013/07/16 18:06 # 답글

    이마에 경문을 새긴 스님은 알고 보니 떙중이었다... 로군요.
    위선이 까발려진다는 점에서 울나라 박지원 선생의 소설《호질》이 생각나네요.
  • 조훈 2013/07/16 20:35 #

    박지원?

    위선을 살.
  • 3인칭관찰자 2013/07/16 22:58 #

    아.. ㅋㅋㅋㅋ 뭔가 했습니다.
  • 안젤리크 2013/07/17 13:45 # 삭제 답글

    앜ㅋㅋㅋ 이거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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