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로쿠비(ろくろ首)

에도 시대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가 표현한 ‘로쿠로쿠비(轆轤首)’.


 로쿠로쿠비(ろくろ首)는 일본 요괴의 일종이다.

 크게 나눠서 목이 늘어나는 것과 목이 빠져 머리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 고전 괴담이나 수필에 곧잘 등장하며 요괴화畵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 대부분은 일본의 괴기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창작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원

 로쿠로쿠비의 명칭에 대한 어원은,

녹로(轆轤,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돌림판으로 일본어로 ‘로쿠로’)를 사용하여 도자기를 만들 때 감촉.
길게 늘인 목이 우물의 도르래(이 또한 발음이 ‘로쿠로’)와 비슷하다.
우산의 로쿠로(우산을 여닫을 때 쓰는 장치)를 올림과 동시에 우산 자루가 길게 보인다.

 등의 설이 있다.


로쿠로쿠비의 종류

 외견상 보통 사람과 다름없지만, 목이 몸통에서 떨어져 부유하는 유형과 목만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유형으로 나뉜다.


목이 떨어지는 로쿠로쿠비(누케쿠비拔け首)

 목이 떨어지는 로쿠로쿠비를 ‘누케쿠비(拔け首)’라고 하는데 이 유형이 로쿠로쿠비의 원형으로 알려졌다. 이 유형의 로쿠로쿠비는 밤중에 사람을 덮쳐 피를 빠는 등의 악행을 일삼는다. 목이 떨어지는 유형의 로쿠로쿠비는 목에 범자(梵字, 고대 인도의 브라흐미 문자)가 쓰여져 있으며, (목만이 날아다닌다)자고 있을 때 본체를 옮겨 놓으면 본래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라는 설도 있다. 고전에 등장하는 로쿠로쿠비의 이야기는, 밤중에 목이 떨어져 나온 장면을 다른 누군가가 목격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소로리 모노가타리曾呂利物語’에 표현된 ‘길을 헤매는 여인의 망념’.

 누케쿠비는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간 것(몽유병과 유사)이라는 설도 있는데, ‘소로리 모노가타리曾呂利物語’에서는 ‘길을 헤매는 여인의 망념’이라는 이름으로 여인의 혼이 잠을 자는 중에 몸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같은 책에 따르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남자가 길을 걷다가 우연히 여인의 얼굴을 한 누케쿠비와 맞닥뜨려 칼을 뽑아 쫓아갔는데, 누케쿠비가 어느 집 안으로 도망쳤다. 잠시 후 집 안에서 “무서운 꿈을 꾸었다. 칼을 든 남자가 날 쫓아와서 집으로 도망쳤더니 눈이 떠졌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그림 참조).


‘쇼코쿠 햐쿠모노가타리諸國百物語’에 표현된 ‘에치젠 국의 로쿠로쿠비’.

 ‘소로리 모노가타리’에서 인용한 것이 많다고 하는 괴담집인 ‘쇼코쿠 햐쿠모노가타리諸國百物語’에서도, ‘에치젠 국(越前國, 지금의 후쿠이 현) 후추(府中, 지방 관청) 로쿠로쿠비’라는 이름으로 여인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 그 누케쿠비를 남자가 집까지 쫓아왔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그림 참조). 이 여인은 이것이 죄업이라 생각하여 부끄러움 느낀 나머지, 머리를 자르고 출가하여 남편에게 작별을 고하고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에도 시대 의사였던 다치바나 난케이(橘春暉)의 수필 ‘북창쇄담北窻瑣談’에도 또한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병의 일종이라는 해석이 보인다. 간세이(寬政, 1789~1801년 사이의 연호) 원년에 에치젠 국의 어느 집에 종사하던 하녀가 자고 있는 사이에, 머리맡에 머리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며, 이것은 실제로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서 머리의 형태를 이룬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요괴담譚 해설서의 성격을 띤 괴담서인 ‘고금 햐쿠모노가타리 평판古今百物語評判’에서는 ‘절안絶岸 스님께서 히고(肥後)에서 로쿠로쿠비를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이런 이야기가 있다. 히고 국(肥後國, 지금의 구마모토 현) 어느 여관 아녀자의 목이 떨어져 하늘을 날다가, 다음 날 본래대로 돌아왔는데 여인의 목 주위에 흉터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같은 책의 저자인 야마오카 겐린(山岡元隣)은, 중국 서적에 기록된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이런 사례는 예부터 남만南蠻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으니 천지의 조화에 국한되지 않고, 해파리에 눈이 없듯이 보통 상식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우며, 도성에서는 듣도 보도 못했으니 모든 기괴한 일은 먼 나라에 있는 것이다.”고 해설하고 있다. 또, 가가와 현 오카와 군 나가오 정 다와 촌(香川縣大川郡長尾町多和村, 현재의 사누키 시)에도 이 서적과 마찬가지로 목에 테두리 같은 흉터가 있는 여성은 로쿠로쿠비라는 전설이 있다. 수필 ‘중릉만록中陵漫錄’에도 요시노 산 깊은 곳에 있는 ‘녹로수촌(轆轤首村, 로쿠로쿠비 마을)’ 주민은 모두 로쿠로쿠비이며, 어릴 적부터 목도리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걷어내면 목 주변에 흉터가 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에도 후기의 다이묘(大名)이자 문인인 마쓰우라 세이잔(松浦靜山)의 수필 ‘갑자야화甲子夜話’ 속편에 따르면, 히타치 국(常陸國, 현재의 이바라키 현)에 사는 어느 여성이 난치병에 걸렸는데 남편이 행상인에게 ‘흰 개의 간이 특효약이다.’는 말을 듣고 기르던 개를 죽여 간을 먹였다. 그러자 부인은 기운을 차렸지만, 훗날 태어난 딸아이는 로쿠로쿠비가 되어 어느 날 목이 떨어져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런데 어디선가 하얀 개가 나타나 그 목을 물어뜯어 그만 딸은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처럼 로쿠로쿠비, 누케쿠비는 기본적으로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에도 시대 수필 ‘초재필기蕉齋筆記’에는 남성 누케쿠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절의 주지 스님이 밤에 자고 있었는데 가슴 언저리에 인간의 두상이 덤벼들어, 그것을 집어 던져 버리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절에서 일하는 하인이 쉬기를 청했는데, 이유를 물으니 “어젯밤에 머리가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하고 물었다. 왔었다고 대답하자 “제게는 그러한 병증이 있습니다. 더 이상 일하기에는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하고 말하고, 고향인 시모사 국(下總國)으로 돌아갔다. 그 시모사 국(현재 이바라키 현의 남서쪽, 지바 현의 북부)에는 이러한 누케쿠비 병증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에도 시대 무인인 네기시 시즈모리(根岸鎭衛)의 수필 ‘미미부쿠로(耳嚢)’에는, 로쿠로쿠비라는 소문이 난 여성이 결혼을 했는데 결국 소문은 소문일 뿐,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로쿠로쿠비가 아니었다는 이 이야기는 예외적인 것으로, 대부분의 로쿠로쿠비 이야기는 이제까지 열거한 이야기처럼 정체가 드러나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다.

 에도 시대 백과사전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에서는 후술할 중국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비두만飛頭蠻’이라고 표기한 것이 등장한다. 귀를 날개처럼 사용하여 하늘을 날아 벌레를 잡아먹었다고 하는데, 중국과 일본의 비두만은 그저 기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기록도 엿볼 수 있다.

 귀화 작가 고이즈미 야쿠모(小泉八雲)의 작품 ‘로쿠로쿠비(ろくろ首)’에도 누케쿠비가 등장한다. 본래 도성에 살던 사람인데 지금은 깊은 산 속에서 나무꾼 일을 하는 일족으로 위장하여, 나그네를 잡아먹는다는 설정을 띠고 있다.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의 기타로’에는 ‘고열 요괴 누케쿠비’로 등장한다. 본작에서는 ‘누케(抜け)’가 아니라 히라가나 표기 ‘누케(ぬけ)’가 올바른 표기로 되어 있다. 무서운 얼굴의 남성 요괴인데 자유롭게 물리적으로 머리와 몸통을 분리할 수 있다. 분리된 상태가 되면, 머리는 무제한으로 열을 내며 몸통이 냉각 장치를 담당한다. 어느 날 머리를 분리하는데 몸통이 행방불명이 되고, 머리는 계속 열을 내서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폭발직전까지 간다. 기타로는 동료 요괴(설녀)가 누케쿠비의 머리를 식히는 사이에 몸통을 찾는다. 몸통을 찾아서 돌아오니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이에 기타로는 도깨비불(쓰루베비釣甁火)의 힘을 빌려 간신히 머리를 돌려줄 수 있었다.


목이 길어지는 로쿠로쿠비

 ‘자고 있는 사이에 사람의 목이 길어진다.’고 하는 이야기는 에도 시대 이후 ‘무야속담武野俗談’, ‘한전경필閑田耕筆’, ‘야창귀담夜窓鬼談’ 등의 문헌에 곧잘 등장한다.


에도시대 풍속화가 도리야마 세키엔(鳥山石燕)이 표현한 ‘로쿠로쿠비(飛頭蠻)’.
여기서는 비두만飛頭蠻이라는 표기를 쓰고 ‘로쿠로쿠비’라고 주석을 달았다.
출처 : 화도백귀야행(畵圖百鬼夜行, 한국어 위키).

 이것은 본래 로쿠로쿠비(누케쿠비)의 몸통과 머리는 영적인 실과 같은 것으로 이어져 있다는 전승이 있다. 화가 도리야마 세키엔(鳥山石燕) 등이 가늘고 길게 그렸는데 이것을 목으로 잘못 보았다는 설도 있다.

 ‘갑자야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하녀가 로쿠로쿠비라는 의심을 사서 주인이 그녀가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였는데, 가슴 언저리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차츰 올라왔다. 그것이 짙어짐과 동시에 머리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뻗어 오른 모습이 되었다. 깜짝 놀란 주인의 기척을 느꼈는지, 하녀가 몸을 뒤척이자 목은 본래대로 되돌아갔다. 이 하녀는 평소 낯빛이 창백해 보였지만, 보통 사람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는데 주인은 하녀를 해고하였다. 그녀는 어딜 가든 바로 해고 당하기 일쑤여서 고용살이에 인연이 없는 듯 보였다. 이 ‘갑자야화’와 전술한 ‘북창쇄담’에서 몸 밖으로 나온 영혼이 머리의 형태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심령과학에서 말하는 엑토플라즘(영혼이 몸 밖으로 나와 시각화, 실체화된 것)과 유사하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에도 후기의 대중작가인 짓펜샤 잇쿠(十返舍一九)의 독본 ‘열국괴담문서첩列國怪談聞書帖’에서는, 로쿠로쿠비는 인간의 업보가 만들어 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엔슈(遠州, 지금의 시즈오카 현)에서 가이신(回信)이라는 승려가 오요쓰라는 여인과 눈이 맞았는데, 오요쓰가 병으로 쓰러지고 여비마저 바닥이 나자 가이신은 그녀를 죽였다. 훗날 가이신은 환속還俗하여 자신이 머물던 숙박집 딸과 눈이 맞아 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딸의 목이 늘어나고 오요쓰의 얼굴로 변하여 가이신에게 원한을 퍼부었다. 가이신은 과거를 뉘우치고 딸의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하길 과거에 자신도 어느 여인을 죽이고 돈을 빼앗아 이를 밑천으로 숙박업을 시작했는데, 훗날 태어난 딸이 그 업보로 하여금 로쿠로쿠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이신은 다시 불문에 들어 오요쓰의 묘를 만들고 이것이 ‘로쿠로쿠비의 묘’가 되어 전해졌다고 한다.

 로쿠로쿠비를 요괴가 아니라 일종의 이상체질로 보는 설도 있는데 반 고케이(伴蒿蹊)의 에도 시대 수필 ‘한전경필’에는, 신 요시와라에 사는 게이샤의 목이 자고 있는 사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를 들어 잘 때 마음이 누그러지면 목이 늘어나는 체질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문헌뿐만 아니라 구전으로도 로쿠로쿠비는 회자되는데, 과거 기후 현의 아케치 정(明智町)과 이와 촌(岩村) 사이에 자리했던 거리에 뱀이 변한 로쿠로쿠비가 나타났었다고 전해진다. 나가노 현의 이다 시(飯田市)에 내려오는 구전에서는 인가에 로쿠로쿠비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문화(文化, 1804~1818년 사이의 연호) 시대에는 유녀가 손님과 함께 잘 때, 손님이 곯아떨어질 무렵에 스멀스멀 목을 뻗어 행등行燈의 기름을 핥았다는 괴담이 유행하였다. 이 때문에 로쿠로쿠비는 이런 여인이 변한 것 혹은 기이한 병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시기에 로쿠로쿠비는 미세모노고야(見世物小屋, 기괴하거나 외설적인 물건을 파는 곳)의 구경거리로도 인기를 끌었다. ‘제방견문록諸方見聞錄’에 따르면, 1810년 에도 우에노(上野)의 미세모노고야에서 실제로 목이 긴 남성이 로쿠로쿠비라는 평판을 얻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도 로쿠로쿠비의 이야기는 존재한다. 메이지 초기에 오사카 부 이바라키 시 시바야 정(大阪府茨木市柴屋町) 상점의 어느 부부가, 딸의 목이 밤마다 길어지는 것을 목격하여 신불께 기도하였다. 그러나 효험을 보지 못하고 이내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이 알려져, 견디지 못한 가족은 마을을 떠났고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유사한 이야기


일본 외

 목이 몸통에서 떨어지는 유형의 로쿠로쿠비는 중국 요괴 ‘비두만飛頭蠻(목이 몸에서 떨어져 부유하는 요괴)’가 그 유래라고 전해진다. 또한 전술했듯이 목 주변에 힘줄과 같은 흉터가 보이는 특징도 중국의 비두만과 같다. 마찬가지로 중국에는 ‘낙두落頭’라고 불리는 요괴도 전해지는데 머리가 몸에서 쑥 빠져서 날아다니며, 날아다니는 중에 몸통은 이불 속에 남아 있다고 한다. 삼국시대 오吳나라 장군 주환朱桓의 하녀가 바로 이 낙두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귀를 날개 삼아서 날았다고 한다. 또한 진秦나라 때 남방南方에 ‘낙두민落頭民’이라 하는 부족이 있었는데, 부족민들은 머리만 날려 보낼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에는 ‘폰티아나’, 말레이시아에는 ‘페난갈’이라는, 머리에 내장이 이어진 형태로 몸에서 빠져나와 하늘을 떠다니는 존재의 전설이 있다. 그리고 남미의 ‘촌촌’ 또한, 인간의 머리만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형태를 취하며 인간의 영혼을 흡수한다고 전해진다.

 요괴연구가인 다다 가쓰미(多田克己)는, 일본이 무로마치 시대에서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에 걸쳐 중국 남방과 동남아시아와 교역을 하던 시절에 이와 같은 전설이 해외에서 일본으로 전래되었는데, 훗날 에도 시대에 쇄국정책을 행함에 따라 독자적으로 목이 늘어나는 요괴인 ‘로쿠로쿠비’ 전설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그것처럼 목이 늘어나는 현상은 착각을 포함하여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이다. 이에 대해 해외의 사례처럼 머리가 몸에서 떨어지는 현상과는 다소 사고방식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해외의 전설과 일본의 전설의 관련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무장인 다이라노 마사카노(平將門)의 목은 효수당한 후에도 썩지 않고 매일 밤 원한을 늘어놓으며, 몸을 찾아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전설이 있다.

 나나히로 뇨보(七尋女房)라는 목이 긴 요괴가 산인(山陰) 지방에 전해진다. 여기서 나나히로(七尋)는 7심이라는 의미이고 심尋은 길이의 단위인데, 7심은 약 13미터에 해당한다.


로쿠로쿠비 ‘실화’의 신빙성

 실제로 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목이 늘어난 것처럼 느낀다.’, 혹은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목이 날아가는 듯한 환각을 본다.’는 정황을 생각하면 질병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가령 편두통 발작에는 드물게 체감환각이라는 증상을 동반하곤 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몸 일부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일례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 수 있다. 이 책의 초판에는 편두통을 앓던 캐럴 자신의 삽화로 목만 기형적으로 늘어난 앨리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이후의 판본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몸 전체가 커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한편 기면증에 곧잘 동반되는 수면 시 환각에서 환자는, 갑작스레 곯아떨어지면 이와 동시에 선명하게 꿈을 꾸는데 이때 주변 사람의 목이 떠다니는 듯한 환각을 본 사례 보고가 있다.

 유메노 규사쿠(夢野久作)의 소설 ‘도구라 마구라’에서는 등장인물인 마사키 박사가, “로쿠로쿠비는 몽유병 상태의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액체를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 그 흔적을 발견한 사람이 그것을 로쿠로쿠비의 소행이라 여긴 점에서 생겨난 것이다.’고 주장한다.

 혹사당한 끝에 선병질적腺病質的이 되어 수척해진 유녀가, 밤에 등불의 기름을 핥는 그림자가 목이 긴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로쿠로쿠비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도 존재한다.


위 글은 일본어 위키, '로쿠로쿠비(ろくろ首)' 항목의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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