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단상

1. 일본어를 공부, 번역하다 간혹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일본인에게 물어보면 사전에 등재된 혹은 내가 생각하던 답과 다를 때가 많다. 이때는 특이하게도 현지인이 설명한 것이 오답이다. 이런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다. 첫째는 답을 하는 이가 일본인이고 그 언어가 일본어이기 때문이다. 바꿔서 말하면 우리말 또한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때문에 막연히 뉘앙스로 기억하는 어휘들이 많지 이것을 설명하라고 하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이치이다.

 둘째로 일본어 자체가 실상 한자어휘를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우선 위 문제는 주로 품사가 명사일 때 발생한다. 동사나 오쿠리가나가 붙는 복합명사 등에는 이런 오류가 드물다. 우리가 흔히 일본어는 한자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한자어 명사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말이 일본어보다 훨씬 많다. 즉, 문자가 한자일 따름이지 한자 명사는 우리나라보다 많지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한자어휘들을 그대로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의 의미가 우리나라와 같다. 그러나 해당 어휘들이 일본어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빈도를 고려하면 현지인들이 그 의미를 모를 법도 하다는 것이 이해되리라. 물론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본에서와 의미가 다른 명사도 없지는 않다. 예컨대 '귀신鬼神'이 그러하다.

 우리말과 명사 자체의 의미가 다른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 내거나 시간이 지나며 관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대화對話'나 '회화(会話, 일본어 한자라 괄호 표기)'의 차이가 그러하다. 일본어 자체는 뛰어나지만 구조나 용례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다양한 어휘를 배양하지 못한 사람들은, 곧잘 작문이나 회화를 할 때 우리말과 비슷한 점에서 기인하여 지나치게 한자어를 남발하거나 지나치게 우리말 어순으로 문장을 만드는 실수를 한다. 이때 현지인은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상대가 지나치게 문어적 표현을 사용한다고 오해하여 자칫 회화가 딱딱해질 수 있다. 다만 서로 친숙한 사이가 아닐 경우 굉장히 정제된 일본어를 사용한다고 칭찬을 하기도….



2. 1번 맥락과도 어느 정도 이어진다. 중국인 여자 아이돌 중에 차오루라는 아이돌이 있다. 예능에 나올 때 곧잘 자신이 한국어 자격증이 있다는 발언과 함께 한국어 실력에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곤 한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다들 금세 알겠지만 말하는 것 자체는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친구가 말을 할 때 사용하는 어휘를 잘 들어보면 지나치게 어려운 말을 사용하려 하고 속담이나 관용구를 억지로 사용하려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외국어를 글부터 배운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종의 딜레마 현상이다.

 특히 고급 시험에는 변별력을 위하여 실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어휘나 문법을 출제하고는 한다. 이 탓에 공부한 사람이 '편한' 어휘는 현지인이 '편하게' 사용하는 어휘와 아이러니하게 상반한다. 나도 이런 현상을 겪은 적이 있는데, 내 딴에는 다양한 어휘를 익혀 그것이 입에 붙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지만… 사실 이것(딜레마 전반과 이런 노력)을 가장 편하게 해결하려면… 유학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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