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는 콜라를 못마셔(雨はコーラがのめない) - 1


Carly Simon - My Romance


 오늘은 아메와 함께 싸락눈길을 산책했다. 너무 추워서, 집으로 돌아와 좀 따뜻해질 만한 것을 듣고 싶은 생각에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음악을 들었다. 칼리 사이먼의 ‘My Romance’는 요 10년 간 변하지 않고 좋아한 곡이다.

 아메와 나는 음악 취향이 전혀 다르다.
 
 다른 부분은 닮은 구석이 많은데도.

 개와 그 주인이 닮는다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이 차차 닮아가는 성질이라 여겼으나, 아메와 나는 처음부터 닮아 있었다. 멍하니 있다가 주변의 변화에 둔감한 점이 그러하다. 아메는 누가 방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 이름을 불러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깊이 잠들어 깨지 않는 점이나 공놀이에 열중해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점. 하지만 그럼에도 노는 것을 좋아하고 흥분쟁이에 까불이인 점도, 털이 가늘어 엉키기 쉬운 점도, 겁쟁이인 주제에 경솔하게 돌진하는 점도, 단 것과 과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점도(하지만 아메는 콜라를 마시지 못한다).

 그리고 음악 취향은 전혀 다른데도 아메와 나는 함께 음악을 듣는다.

 왜냐면 아메는 개, 나는 사람이기에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 아메는 책을 읽지 못하고, 나는 말린 소 허파를 씹지 못한다. 음악이라면 같이 들을 수 있다.

 그 계기는 오페라였다.

 여태까지 내가 듣던 음악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던 아메가, 어느 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레코드플레이어 옆으로 가서는 끼잉 하고 울었다.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오페라였다.

 나는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날은 우연히 업무상 필요로 하여 듣고 있었던 것이다.

 시험 삼아서 거기 있던 다른 두 장의 오페라─모차르트와 베르디─도 틀어 보았다. 그러자 아메는 소프라노 부분에서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성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반응을 주지 않았다.

 “이것 봐라?”

 이성에게 끌리는 점 또한 우리는 닮은 모양이다.

 “이것도 인연인가 봐.”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아메의 한 살 생일날 나는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의 아리아 모음집을 사 주었다. 아메가 가진 단 한 장의 CD이다. 창법이 강렬해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아메는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기본적으로 강렬한 것이 좋은 모양이다. 개의 체온이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아닐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이리하여 아메와 나는 함께 음악을 듣게 된 것이다.

 우린 함께 지낸 지 2년 3개월이 된다.

 처음 아메를 만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얼어붙을 듯이 추운 12월의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 전부터 나는 마치 넋이라도 나간 사람마냥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그 날도 유령이라도 된 양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올라갔다. 아무튼 당시 나는 유령이나 매한가지였기에 비에 젖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뭐가 어찌 되든 상관없던 것이었다.

 그 옥상에 아메가 있었다.

 애견숍 우리 안에서 하염없이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꺼내 줘 꺼내 줘 꺼내 줘 꺼내 줘. 놀고 싶어 놀고 싶어 놀고 싶어 놀고 싶어. 얼른 얼른 얼른 얼른.

 그리 외치고 있었다. 외톨이인 주제에.

 다가가니 거의 자동으로 응석을 부리며 울기 시작했다(이는 지금도 아메의 주특기이다.)

 꺼내 줘 꺼내 줘 꺼내 줘 꺼내 줘. 놀고 싶어 놀고 싶어 놀고 싶어 놀고 싶어. 얼른 얼른 얼른 얼른.

 그걸 보고 있던 점원이,

 “어머, 얘가 세상 사는 법을 다 아네.”

 하며 키득 하고 웃었던 것 역시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아메는 필사적이었다. 누구라도 좋았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를 보아 준다면, 내게로 다가와 준다면, 행여 보살펴 준다면.

 실제로 그것은 아양에 가까웠다. 진심으로. 한결같이. 정말이지 온몸으로.

 그리고 아메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것이 아메에게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메는 모를 것이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곳에 있다. 다른 가능성을 생각지 않는 태평하고 강인한 동물이기에.

 늘 아메가 코끝으로 눌러서 지저분해진 유리창 너머로 우리는 싸락눈을 보고 있다. 칼리 사이먼은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LITTLE GIRL BLUE’를 노래하고 있다. 이 앨범을 대체 얼마나 반복해서 들었을까. 스탠다드 커버집이지만, 이 사람의 산뜻한 창법은 각 곡의 오리지널 버전보다 좋을 때도 있다. ‘BY MYSELF’나 ‘HE WAS TOO GOOD TO ME’ 등, 한 곡 한 곡이 보석과도 같았다.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곡이 있듯이, 이 앨범 역시 내게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살짝 예전 미국의 다소 슬프고 건전한 정서. 아마도 나는 그것을 아주 좋아하나 보다.

 그러나, 칼리 사이먼에 대한 아메의 평가는 ‘보통’이지마는.



-계속

덧글

  • 2018/01/14 21:4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조훈 2018/01/15 19:13 #

    별말씀을요. 덕분에 오랜만에 즐겁게 번역했습니다… 요새 계속 돈 받고 기계처럼 번역해서,
    대체 내가 왜 공부했나 하는 생각에 지쳐 있던 터라…….
  • ㅇㅇ 2018/01/15 11:30 # 삭제 답글

    아오..너무 좋네요..이런 겨울날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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