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는 콜라를 못마셔(雨はコーラがのめない) - 3


Hi-Posi - 身体と歌だけの関係


 평소 아메는 1층에 있고 나는 2층 작업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남편과의 약속으로 아메는 2층에 데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2층에 올라오고 싶어서 끙끙거렸다. 문을 긁어서 구멍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길이 들었다. 이젠 1층을 자신의 세력권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나와 남편을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내가 오히려 아메보다 미련이 남는다. 같은 집 안에 있는데도 따로 떨어져 있다니 참 쓸쓸하지 않은가. 하여, 1층에서 일을 할 때도 있다. 1층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서.

 그리하면 아메는 흥분하고 만다. 놀자 놀자 놀자 놀자, 놀러 왔지 놀러 왔지 놀러 왔지, 하고 말한다. 한동안 공놀이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꼭 껴안고서 논다.

 이윽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려 하면 나는 반쯤 얼굴이 새파래져서,

 “안 돼. 이제 일 해야 해.”

 하고 선언한다. 집필을 시작하면 나는 그곳에 없는 것과도 같은 상태가 되어서 아메에게 신경을 써 줄 수가 없다. 몇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메는 소파 위에서 자고 있고, 내 발치에는 열 개가 넘는 아메의 장난감이 쌓여 있다.

 분명 장난감은 옆방에 있는 상자 안에 있었다. 다시 말해, 아메는 나를 꾀려고 하나씩 옮겨다 놓은 것이었다.

 그때마다─내가 거실에서 일을 하면 꼭 같은 일이 일어난다─나는 괜히 찔려서, 부지런히 장난감을 옮겨 놓은 가여운 아메에게,

 “역시 내방에서 일할게.”

 하고 나지막이 말하고선 2층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대체로 한밤중에 원고가 끝난다. 나는 때로는 지쳐 뻗어버리고, 때로는 환희에 차는데 어찌 되든 아메의 방으로 가서는,

 “끝났어.”

 하고 보고한다. 아메는 잠에서 덜 깬 멍한 눈으로 일어나서, 우선 기지개를 켜고 성실하게도 꼬리를 흔들며 기뻐해준다.

 ‘그럼 이제 놀 수 있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아메도 나도 밤낮의 구분이 거의 없다. 한밤중에도 노는가 하면 대낮에도 잔다. 보호자 없는 아이 둘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어젯밤에도 그렇게 한밤중에 아메와 산책을 나섰다. 나는 전날에도 잠을 못 자는 바람에 기운이 없어서 아메의 페이스에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자 아메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왜 이리 느려.’ 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 차와 물을 마시며 함께 음악을 들었다. 어제 들은 음악은 하이포지(Hi-Posi).

 나는 이 연령미상의 혼성 2인조의 노래가 아주 좋다. 약간 나른하고 기분 좋은 멜로디도 과자처럼 달콤한 여성 보컬도, 사실 제법 근육질로 여간내기가 아니다. 마치 잡초 같은 느낌이다. 단단히 지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온몸에 잎맥이 통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제초 작업을 게을리 한 탓에 우리 집의 작디작은 정원은 현재 후끈한 풀 내음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아메는 정원에 나가도 금세 꽁무니를 뺀다. 길고 빽빽이 자란 여름 잡초가 무서운 모양이다.

 정말로 잡초는 야만적인 면이 있다. 야만적이고 방약무인하다. 잠시 한눈을 팔면 여기저기에 자라나 자유로이 저만의 왕국을 짓는다.

 하이포지의 노래는 이와 비슷하다. 야만적이며 자유롭고, 제멋대로에 기본 좋아 뵈는 어린아이 같은 잡초. 그것은 ‘옹고집’이 아닐까.

 나는 그들의 가사에 늘 심장으로 흐느낀다.

 예전에 광고 음악으로 익히 알려진 ‘며칠 남았지?(あと何日?)’도 좋고, ‘닳도록 하자 얼른 싫증 나게’ 하고 반복하는 ‘육체와 노래만의 관계(身体と歌だけの関係)’는 더 좋다. 닳도록 하자를 세 번 반복하고 네 번째에는 ‘얼른 싫증 나게’의 앞에 ‘같은 스피드로’라는 말이 붙지만, 그 목소리가 내뿜는 본질적인 애절함에 동요하고 만다. 얼마나 주도면밀한가.

 ‘당신이라면 뭐든 좋아(あなたはなんでもいい)’는 명곡이고, 가사가 기가 막히는 ‘눈물은 폭력(ナミダハボーリョク)’이나 ‘사랑하기에 필요한 노력(だいすきであるが故の努力)’도 좋고, 결국 나는 하이포지의 곡을 다 좋아하는 것이리라. 감정적이거나 감상적인 마음의 흔들림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자세와, 그렇지만 그것을 최종적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완성하는 지성에 감탄하게 된다.

 ‘익살’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보기 드문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메는 하이포지의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혹 이해할 수 있다면 ‘그야 당연하지.’ 하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건 동물인 이상에야 당연한걸.’ 하고. 하이포지도 아메도 다부지면서 애달프고 야만적 존재인 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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