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이야기

문득 생각이 나서 블로그를 뒤져 보니 귀신 이야기까지는 감상을 남겼었다. 이후의 시리즈도 꾸준히 보기는 했지만 흥미가 떨어져 속도가 더뎠다. 작년 초에 발매한 끝 이야기는 발매일에 샀으면서 이제야 읽었다. 상, 중, 하로 이루어져 있다.

매번 까기만 했던 것 같은데 꽤 재미있는 시리즈임은 사실인 데다 이번(이미 발매한 지 오래지만) 편은 떡밥이 회수되는 이른바 해결편인지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대학생 때 진성 오타쿠였던 후배에게 권유받아서 보기 시작한 건데 이제야 끝난 느낌이다. 느낌이라는 말은 곧 끝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에 소재도 독특해서 몰입감이 높았다. 소설의 시간적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이번 편을 통하여 순차적으로 해결됨에 따라 생각 외의 구성에 솔직히 감탄하기도 했다.

다만 그간 불편했던 것은 오타쿠들이 이런 것을 좋아해서인지, 가슴을 만지니, 어린 애를 덮쳐서 물고 빨고 하는 버러지 같은 연출이 지나치게 많아서였는데, 여기서는 그나마 덜한 편. 그러나 이번에도, 좆고딩 새끼들, 그것도 중딩 티를 떼지도 못한 1학년들이 어른이라도 된 양 별 시답잖은 주제로 학급회의를 열어 개좆빨듯 진지해지는 연출과 흑막의 정체는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자아비판적인 엔딩은, 결국에는 이 작품도 일본 만화스러운 클리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번역을 또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뉘앙스와 연어連語를 일본어 그대로 번역하는 사람이 어떻게 돈을 받는 프로인지, 이런 게 번역이라고 돈을 받고 팔리는지, 그걸 또 사는 나는 뭔지 알 수가 없다. 알아처먹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맥락에서는, 명백한 오역도 보이기에 묻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소위 서브컬쳐라고 부르는 오타쿠 문화들의 대부분이 이런 아마추어리즘으로 도배되어 있다면, 일본어로 知れたもの라는 아주 좋은 표현이 있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특정 대목을 읽으며 이 부분의 원문은 이럴 것이다 싶은 짐작을 가능케하고, 까막눈일지라도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아니 대저 까막눈을 위시한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일 것이다. 특히 활자로 이루어진 소설에서는. 게다가 이 번역가는 오타쿠들 사이에서 제법 평이 좋은 사람이기에 더욱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그런데 요새 애니메이션 등의 일부 자막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피하려는 흔적이 지나친 나머지, 오히려 억지스럽게 바꾸어 번역한 티도 많은 편이었다. 이 작품 덕에 오래간만에 애니메이션을 본 점에서, 최소한 나로서는 고무한(?) 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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