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 이스 9 클리어

이 게임 초반부터 문득 생각나는 게임 두 개가 있었다. 국산 게임 포가튼 사가,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당시 국산 게임들이 다 똥덩어리니까 꼽으려면 더 꼽을 수도 있겠지만… 요컨대 만들다 만 듯한 느낌이었다.


참… 쓰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막상 까려 하니 어디서부터 까야 할지도 막막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럭저럭 재미나게 플레이했다. 그래픽이 거지 발싸개 같은 거야 예고 때부터 말이 많았고 이걸 카바치려는 사람은 피도 눈물도 양심도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놈의 중소기업 드립도 이젠 좀 질리고. 문제는 역시 최적화인데 패치 후 아돌이 파핑 댄스를 추는 일은 거의 사라졌지만 마을 내에서 플스 GPU에 바퀴벌레라도 침입한 듯한 프레임은 여전하다. 8편의 경우 비타로 먼저 발매되어 리스크를 줄였을 수도 있지만, 발매 직후 얼마 되지 않아서 수정 항목이 많은 패치를 낸 것은 만들다 만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막상 딱히 길게 쓸 말도 없다. 여기저기 너무 실망스러워서 구리다는 말을 길게 써 봐야 의미도 없을 것이다. 의아한 점은 정작 현지에선 호평 일색인데, 이전부터 궁금했던 점이지만 내수용적인 문화 콘텐츠를 대하는 일본의 잣대가 지나치게 관대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경향도 있겠지만… 정도라는 게 있는데.


특별히 단점이라고 꼬집고 싶은 것은 아니고, 전투는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이능(異能)이랍시고 있어봐야 8편에 비해 인상을 갈아엎을 정도로 큰 변화는 아니다. 플래시 무브와 가드도 여전한데, 개인적으로 이 시스템은 변경하든가 없앴으면 싶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전투가 지나치게 쉽기 때문이다. 전투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적으로 이스 시리즈가 그렇듯 굉장히 쉽다. 어지간한 모지리가 아니면 초회차에서 깜빡하고 지나칠 것도 많이 없고 인터페이스들도 친절하고… 이 부분도 특별히 전작과 다를 것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카메라 시점이 너무 불편하다. 이번에는 벽을 타고 다닐 일이 많은데 정작 중요한 위를 보기가 어렵다. 더불어 타겟팅도 카메라가 휙휙 돌아가서 굉장히 불편하다.

실은 내가 그 모지리인데, 분명 갈 곳은 다 갔는데 탐색률이 100%가 아니었다. 이상해서 일본 웹을 뒤져보니 마을 내 숨겨진 곳을 두 군데 놓쳤다. 그런데 9편은 전작과 달리 라스트 보스 직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세이브를 한 곳에 겹쳐서 플레이한 나는 결국 2회차를 노릴 수 밖에 없었다. 2회차는 최고 난이도로 플레이하려 하는데… 이거 굉장한 단점이다.

던전은 생각 외로 괜찮았다. 어디까지나 생각 외로. 초중반까지만 해도 지저분한 그래픽으로 단조롭고 칙칙하기만 한 느낌이었는데, 사실 그 분위기만 놓고보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뜻밖에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구조들이 많이 등장했다. 다만 이전처럼 다채로워서 여러 가지 인상을 줄 수 있는 느낌은 많이 부족했다. 요컨대 칙칙해서 마땅히 볼 것이 없었지만 그나마 괜찮은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보스전은 재탕이 좀 있다. 나중에 그게 스토리상 그랬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어쨌든 재탕이다. 삼탕 설렁탕만 남았다. 아! 보스전 프레임 드랍도 애미 뒤졌다. 전작의 요격전에 대응하는 '그림 왈드'도 요격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노잼. 스킬 사용 시에 손맛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투 자체가 매우 가벼운 느낌을 주기에 난전에서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중후반에 늘어나는 동료들은 다 그림 왈드에 꾸역꾸역 쑤셔 넣는다.


퀘스트가 좀 아쉬운데, 쭉쭉 뻗어나가는 호쾌한 맛이 있는 게임 치고는 지나치게 SRPG틱한? 그런 퀘스트가 많았다. 지루하다고 해야 하나…? 문제는 여기에 수반되는 연출마저 개판이라 흐름이 턱턱 막히고 맥이 빠진다. 일례로 아돌의 영원한 파트너인 도기가 격투 대회에 참가하는 서브 퀘스트가 있는데… 이걸 씨발 이따위로 밖에 표현을 못하나 싶었다. 그냥 텍스트로 끝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의 연출이었다. 퀘스트를 무시하고 진행하면 다른 엔딩이 나올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러려면 마을 내에서 프레임 개똥 전투 노가를 해야겠지만.


스토리는 그냥 만화 같았다. 무대는 로문이 아닌 몇 번 언급된 그리아. 정확히는 로문령의 그리아가 무대이다. 전작처럼 1부, 2부, 3부…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데 에피소드별로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마지막에 하나로 이어지는, 뭐 그런 짜임새다. 이건 그냥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라 어쩔 수는 없지만 너무 안 맞았다. 한 마디로 "안 궁금해." 특별한 맛이 없는 그냥 만화 같다가 초중반부터 살짝 반전이 나오면서부터 흥미가 돋았다. 다만 중후반부터 드러나는 스토리의 주된 소재가… 솔직히 너무 낡았다. 이거 2000년도 중반에나 유행하던 소재인데? 그 외에는… 잔다르크와 질드레 모티브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전 작품들을 나름대로 총괄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제는 완전히 오타쿠 게임이 되어서 전작처럼 중2병 캐릭터, 멍청하고 빨통 큰 누님, 말 안 들어처먹는 애새끼 등등 입맛에 맞게 다 나온다. 로리콘 캐릭터가 굳이 있어야 하는 점을 빼면 오글거리는 요소도 생각 외로 없어서 나쁘진 않았다. 감동의 범주에 들어가는 요소는 산재해 있지만 그걸 오글거린다고 하면 너무 자비가 없을 것이다. 다만 역시나 동료가 많으니 정신이 없었다. 더불어 드물게 오프닝이 없고 전작이나 7, 6편처럼 스토리에 장엄한 맛이 없어서 여운이 덜한 편이었다.


이래저래 노력한 듯한 흔적이 보이는 면도… 그래픽이 너무 병신 같아서 맥이 빠지고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묘비 앞에서 슬픔을 독백하는데 정작 묘비는 텍스처가 떨어져서 이름도 보일듯 말듯하고, 여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주려 하는데 손이 허공에서 파닥이고…….


음악은 그럭저럭. 뭐 팔콤은 음반회사니 하는 농담까지 하며 음악을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게까지 와 닿는 건 오버고(영웅전설은 해보지 않았으니 논외) 이전까진 기술력 부족이라 그렇다 쳐도 그 시대에 맞게끔 괜찮은 곡들이 많았지만, 오리진부터 지나치게 미디, 신디 위주라서 그닥. 다만 예외로 7편은 정말로 괜찮았다. 이번에는 그나마 바이올린이나 기타 현악이 도입된 대목이 취향에 맞았다. 예를 들면 "클로아카 맥시마" BGM 같은. 이런 맥락에서 시리즈 최고의 음악은 이스 1, 2 크로니클즈 음악은 어디 한 곳 흠잡을 곳 없이 최고였다.



별로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에는 그냥저냥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이번에도 8편에서의 꼴페미 혐한 한국인 삽화가가 담당한 모양이다. 엔딩 스탭롤에 이름이 나오더라. 꼴페미는 그렇다 치고 왜 혐한이 됐을까. 유학생이 자국 학생들 무시하며 텃세 부리는 알량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덧글

  • 3인칭관찰자 2019/10/14 19:56 # 답글

    오글거리는 요소가 적다는 건 괜찮아 보이네요. 섬의 궤적이나 도쿄 재너두처럼 노골적인 라노벨 감성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단지 그래픽 관련으로 노상 까이는 걸 자기들도 알텐데 1, 2년 전에 나온 섬궤 3, 4보다 이스 9 그래픽이 더 열화되었다고 들어서, 그게 좀 아쉽네요.
  • 조훈 2019/10/14 22:10 #

    저기서 더 나아질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저 상태에서 텍스처만 좀 깔끔하게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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