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까기는 했어도 나름대로 즐겁게 했다. 난이도는 굉장히 쉬운 편으로, 나이트메어 난이도 트로피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리즈 중 체감 난이도는 가장 쉬웠다. 너무 쉬운 탓에 보스 러시 트로피의 경우 듀얼 모니터로 야동을 번갈아 보며 스킬만 눌러줘도 클리어가 될 정도였다. 다만 마지막 보스의 경우 다소 까다로운 공략법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전투 자체의 빈도가 낮아진 듯한 느낌도 받았다. 8편에 비해 볼륨이 줄어든 탓인가? 그도 그럴 것이 8편의 경우는 레벨 업 아이템인 "수행자의 비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레벨 90 이상까지 가능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가 못했고 80에서 거의 정체되었다. 트로피 탓에 비약을 써서 클리어 시의 레벨은 99였지만…
우선 게임의 용량부터 7기가, 16기가로 차이가 두 배 이상이 난다.
이거 계속 거슬렸던 건데… 아래쪽 장면은 여캐 한정, 위 장면은 여캐 남캐 할 것 없이 눈에 못이 박힐 정도로 나오는 모션이다. 인식하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이스 8편에서는 등장 빈도가 낮았던 건지, 이전부터 팔콤 게임에서 이른바 '포권 자세'라고 하여서 주먹과 손바닥을 마주하는 중국식 인사 모션이 유명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8편에서 도기가 자주 그랬던 것 같고….
이러한 모션에 대해서는 게임 초기부터 지적하고 싶었는데, 여캐들은 죄다 뛸 때마다 마치 허리에 디스크라도 앓는 듯 큰 폭으로 엉덩이를 씰룩 거려서 기괴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9편은 지나치게 까내린 경향이 있다. 게임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 그게 음악이든 스토리든 게임성이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다 버릴 정도로 소위 쿠소게는 아니었음에도 이벤트 때마다 장면 하나하나가 쓰레기 쪼가리처럼 보였던 것은 역시나 그래픽 탓이었다. 그 죽일 놈의 계단 현상만 어떻게 좀 해줬어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인데 뭘 표현하든 어린 아이가 캔버스에 찍찍 그린 듯한 그림처럼 보였다. 특히 이 부분을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스미노프의 얼굴과 수염을 보았을 때는 육성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혹시 게임을 해 본 사람이 내가 지나치게 깐다고 생각된다면 해당 대목을 다시 보고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지나칠 정도로 위화감이 들어서, 그저 내 성격이 삐뚤어진 탓인가(;) 싶어 8편을 정말 오랜만에 돌려 보았는데 눈이 정화될 정도로 말끔한 렌더링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것이 역체감인가, 꽃이 지고 난 다음에야 봄인 줄 안 것인가. 이 정도로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단순히 기술력이 역행했다고 보긴 그렇고… 인터페이스의 크기와 그래픽 색감, 음영 등으로 보건대 해상도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이런 눈이 아플 정도의 계단 현상은 비타판 8편 때처럼 가변 해상도에서 보이던 문제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무튼 끝! 꽤 이른 발매였던 만큼 당분간 이스는 보기 어렵지 않을까? 이스 시리즈도 참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좋아해 온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가 캐릭터성을 강조하게 된 오타쿠 게임으로 변모한 뒤로 오만 정나미가 다 떨어져도 블로그에 팔콤 링크를 지우지 않은 것은 단순히 귀찮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마흔 전에는 새로운 이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또, 바람이 있다면 7편 이후에 다시 공기가 된 도기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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