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787

대구에서는 큰아버지 댁 가게에서 살고,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가게를 뚫어 단칸방을 만들어 살고 하루 라면 한 끼를 물에 불려 먹었던 어릴 적 나는 가난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걸 체감하고 힘들어할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역으로 이 나이가 되니 가난이 죽을 만큼 싫다. 지금 겪지 않고 있음에도 현재형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뭔가 추잡한 기억이다.

어떻게 소비하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젠 당장 일을 그만둬도 나나 부모님이나 이 돈, 죽을 때까지 다 못 쓰고 간다. 나이를 먹으니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늘고 그 액수도 상당히 큰데, 지금 여유가 있으니 근심이 없다. 역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 한다. 늙어 자식들 신세 지거나 폐지 줍고 살진 말아야지.


덧글

  • 2022/07/13 12: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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